[인터뷰]뇌성마비 장애인 현대정보기술 최지영대리

  • 입력 1997년 4월 30일 07시 56분


첨단 정보통신업체인 현대정보기술에 근무하는 최지영 대리(30·인터넷사업본부 개발팀).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은 그는 몸이 부자유스럽다. 손과 발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데다 발음도 부정확하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대화가 힘들 정도다. 얼굴 근육이 뒤틀려 늘 웃는 표정만 짓는다. 하지만 컴퓨터에 관한 한 그는 최고의 전문가다. 자신의 표현처럼 이미 「궤도에 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때 컴퓨터를 처음 만났다. 몸이 불편한 그에게 홀어머니는 컴퓨터를 선물했다. 『중학교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어요. 이건 정말 어려웠죠. 음악이란 게 박자를 맞춰 건반을 두드려야 되는 건데 저는 그럴 수 없었거든요. 늘 시끄러운 소리만 만들어냈어요』 컴퓨터는 달랐다. 앞에 앉기만 하면 신이 났다. 『이 안에 뭐가 있나』 계속 파고 들었다. 밖에 나가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상공간에선 몸이 불편한 게 별로 흠이 되지 않았다. 무섭게 파고든 결과는 곧 나타났다. 지난 89년 부산대공대 전산학과를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장애인 대상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두번 메달을 땄다. 91년엔 대통령 훈장까지 받았다. 지난 95년부터 1년반 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에 파견돼 국책 과제를 맡아 개발하기도 했다. 90년 현대전자 주최의 소프트웨어공모전에서 입상해 특채로 입사했다. 이제 입사 7년차. 지금은 온라인 게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늘 최고를 달리는 그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승진을 해 과장이 되면 엔지니어에서 관리 파트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 『이 몸으로 남의 앞에 설 수 있겠어요? 더구나 브리핑처럼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건 정말 힘들겠죠?』 〈홍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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