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의 각오

  • 입력 1997년 4월 29일 19시 52분


金賢哲(김현철)씨 측근 朴泰重(박태중)씨에 대한 소환조사와 더불어 현철씨 의혹과 한보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회청문회가 별 성과없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인 만큼 검찰수사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검찰은 곧 있을 현철씨의 소환조사에서 성역없고 빈틈없는 수사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중간 수사발표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검찰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수사 실무책임자인 대검 중수부장을 전례없이 중도에 교체하지 않으면 안됐던 전철을 또다시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金起秀(김기수) 검찰총장의 지난 28일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총장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 현철씨는 한보비리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현철씨를 구속하지 않으면 축소수사라는 비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한보비리와는 무관한 개인비리로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는 수사 정도(正道)에 맞지 않는 말이다. 검찰로서는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고 수사결과 범죄가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사법적 처리를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라도 걸어 구속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은 여전히 수사에 정치적인 고려를 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검찰은 독립성을 갖고 공정 투명하게 수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검찰총장을 2년 임기제로 한 것도 이것 저것 눈치보거나 외압에 굴하지 말라는 취지에서다. 김총장은 현철씨 수사가 마무리되면 물러나겠다는 말도 한 모양이나 외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수사를 한다면 무엇때문에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이 시점에서 검찰총장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외압에 굴함이 없이 공정 투명하게 수사해서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한보비리와 현철씨 의혹은 92년 대선자금문제 등과 얽혀 나라의 기본을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다. 그 진상을 밝혀내 정경유착 등 과거 나쁜 「관행」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철저한 자체 반성위에서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관철하는데 검찰이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김총장의 책무는 무겁다. 최선을 다해 한보비리와 현철씨 의혹에 대한 수사를 깨끗하게 마무리지음으로써 5개월 남은 임기의 마지막을 잘 장식하기 바란다. 임명권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 집착하지 말고 임기는 제대로 마치는 것이 좋다. 임기중 도중하차의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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