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美 2차대전영화 붐…전후 젊은세대 겨냥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녹색 철모, 헌병, B52폭격기…. 할리우드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2차대전 소재 영화를 앞다퉈 제작하고 있다. 최근까지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주 소재는 베트남전쟁. 「람보」의 활극과 「플래툰」의 고뇌를 낳은 곳도 베트남의 정글이었다. 시기적으로 가깝고 미국에 민감한 상처를 남긴 베트남전 앞에서 2차대전 소재는 서부영화처럼 구식취급을 받아왔다. 그런데 사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베트남전이 재평가되고 전쟁영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감각이 달라지면서 유명제작사와 스타들이 구식 프로펠러 폭격기와 독일군 지프 사이를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 「백색바다를 향하여」는 동경 폭격에 나섰다가 추락한 미공군조종사가 아시아를 가로지르며 겪은 모험담을 그릴 예정. 프랜시스 맥도몬드에게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파고」의 제작자 코엔형제가 제작을 맡았다. 현재 상영중인 「데블스 오운」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물망에 올라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독수리 날개를 달고」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2차대전 말기 연합군 포로를 관리하던 독일군 장교를 다룬 이야기. 톰 크루즈는 2차대전 폭격기 조종사의 모험담을 그린 역사학자 빙험의 소설 「육지와날개와폭격」의 영화판권을 따내며 제작의사를 비쳤다. 이밖에 제임스 존스의 전쟁소설 「더 신 레드 라인」, 국내에도 방영돼 큰 인기를 얻었던 TV시리즈 「전투」도 영화화될 전망. 「다이하드」시리즈의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전투」의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젊은 세대들이 2차대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흥행요인으로 등장했기 때문. 또 「미국이 곧 선(善)」으로 여겨졌던 베트남전이 재평가되면서 적과 아군의 흑백구분이 명확하고 적을 싹쓸이 할 수 있는 슈퍼영웅을 창조하기가 쉬워진 2차대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감독들은 단순히 두들겨 부수는 내용보다는 전쟁을 통한 인간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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