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문제점]무력한 청문회 『존폐 기로』

  • 입력 1997년 4월 10일 19시 55분


한보청문회가 9일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등 4명의 증인신문을 마쳤으나 특위위원들의 준비부족과 서투른 신문, 당리당략적 발언의 난무, 증인들의 「입다물기」로 청문회무용론이 나오는 등 초반부터 비틀대고 있다. 증인들의 진술거부에 대해 야당측은 위증죄와 국회모독죄로 고발하자는 입장이지만 일부 여당의원들은 증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동정론도 펴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 문제점 ▼ 첫날부터 정태수리스트에 매달리면서 수뢰정치인 확인소동으로 하루를 보냈다. 더욱이 정총회장과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 등의 신문에서 일부 정태수리스트가 드러나자 여야특위위원들은 당리당략차원에서 자당 의원의 「혐의벗기기」와 「상대당 흠집내기」 등에 신문시간을 집중 할애,「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비난을 샀다. 이때문에 한보비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권력층의 개입여부와 코렉스공법 도입과정, 아산만매립허가의혹 등 본질적 문제는 소홀히 취급됐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문의원들의 전문성과 팀플레이부족. 청문회에 앞서 진행된 2주일간의 보고기관조사 과정에서 특위위원들의 밑천은 사실상 바닥났다. 이때문에 그동안 보도된 신문기사를 토대로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추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증인들의 진술거부로 검찰수사에서 밝힌 내용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초 의원간의 증인별 주공격수 배정도 말로만 그쳤으며 중복질의로 시간도 많이 낭비했다. 또 여야의원들이 △자격시비를 벌이면서 서로 비난하거나 △기초적인 사실도 모른채 장광설을 늘어놓고 △물증도 없이 일방적으로 증인을 훈계하는 것도 신문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 개선방향 ▼ 여야 3당은 9일과 10일 각각 대책회의를 갖고 청문회 진행 개선방안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야당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거나 증인에게 면책특권을 부여, 증언에 따른 피해를 막자고 주장했다. 또 미국 청문회처럼 의원들이 실질적인 조사능력을 갖추도록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아직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조만간 원내총무접촉을 통해 제도적 합의점을 모색키로 했다. 여야는 당장 11일부터 시작하는 증인신문부터는 우선 △金賢哲(김현철)씨 朴泰重(박태중)씨 등 주요증인은 의원별로 신문 내용을 세분,역할을 분담하고 △나머지 증인들은 주 신문의원 2,3명을 배정하고 다른 의원들은 미진한 부분을 보충신문하기로 했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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