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3)

  • 입력 1997년 4월 2일 07시 56분


제7화 사랑의 신비 〈29〉 호스루 샤 왕은 이런 숲 속에서 더없이 훌륭한 복장과 우아한 기품을 지닌 귀공자 두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마음 속으로 몹시 놀랍게 생각하였다. 왕은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두 사람에게 일어서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두 젊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로 왕 앞에 나아갔다. 왕은 두 사람의 그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에 감동한 나머지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들의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왕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뛰고 있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러자 두 젊은이는 대답했다. 『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저희들은 임금님의 노예로서, 몇해 전에 알라의 품으로 돌아간 금원의 정원사 아들이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은둔의 영지, 임금님께서 저희 아버지께 하사하였던 바로 그 영지에 살고 있사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그 아름다운 두 젊은이들이 바로 자신의 충성스런 신하였던 정원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더욱 기쁘고 반가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원사 늙은이는 비록 나보다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고는 하지만 축복받은 자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둘이나 두었으니』 이렇게 말한 왕은 일점 혈육이 없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왕은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물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나의 충성스런 신하의 아들이면서 어찌하여 그동안 한번도 입궐하지도 않고 행차에도 참가하지 않았던가? 이미 성인이 되었으면서도 말이다』 그러자 두 형제는 대답하였다. 『오, 인자하신 임금님, 저희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임금님 앞에 나아가지 못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굳이 변명을 드리자면 저희에게는 누이동생 하나가 있는데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 말씀도 있고 해서 저희들은 그 아이를 보살피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일단 한번 세상에 나아가게 되면 오래도록 집을 비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누이동생을 혼자 두고 출타한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누이동생에 대한 두 젊은이의 우애에 크게 감동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영내에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두 사람이나 있었다는 걸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때 갑자기 왕은 두 젊은이가 살고 있는 은둔의 영지를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그대들이 허락해준다면 언제 나는 은둔의 영지를 한번 둘러보고 싶네』 그러자 두 형제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오, 임금님께서 누옥을 방문해주신다면 저희들로서는 자자손손 자랑거리가 될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늙은이의 방문을 쾌히 수락해준 그대들이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왕은 두 젊은이와 헤어졌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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