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어머니 글쓰기모임 『스트레스 풀려요』

[김화성기자] 배에 진통이 살살 오기 시작했다. 신랑은 옆에서 꼬박꼬박 졸았다. 『남은 아파 죽겠는데 졸기는…』 드디어 밤 12시. 황급히 병원에 갔다. 12시를 넘겨 가야 하루치 입원비가 덜 들기 때문. …신랑이 옆에서 『고생 많았지. 아들이더라』며 내 손을 꼬옥 잡았다. 『다시는 아기 낳으라고 하지마』 난 눈물이 주르르 흘러 고개를 돌렸다. 첫 아이 낳던 모습을 꾸밈없이 그린 어느 엄마의 글이다. 평범한 어머니들이 살림하랴. 애들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틈틈이 글을 쓰고 문집까지 만들었다. 한국글쓰기연구회에 속한 「어머니 글쓰기모임」의 회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여태까지 3권을 냈다. 위 글은 95년 여름에 펴낸 두번째 문집에 실린 것. 최순진씨(39·서울 방학4동)는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집안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부드러워졌다』며 밝게 웃었다. 「어머니글쓰기모임」은 여성민우회에서 94년 실시한 「아이들 글쓰기지도」강좌를 듣던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엄마가 먼저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서로 통했던 것. 한달에 한두번씩 남부 북부지역으로 나누어 모임을 갖는다. 회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모두 25명. 대부분 30대 주부들이다. 회원들은 글을 꾸며서 짓는 「글 짓기」보다 살면서 우러나는 「생활 글」을 즐겨 쓴다. 사는 것과 동떨어진 글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 회원들은 자연히 사물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메모습관이 몸에 뱄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때도 이런 것들을 강조한다. 이가령씨(29·서울 시흥3동)는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엄격하면서도 아이들의 꾸며낸 거짓글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글과 삶은 하나이며 글은 산 만큼 나온다』고 말했다. 어머니 글쓰기모임이 속해 있는 한국 글쓰기연구회(02―322―4199)는 아동문학가 이오덕씨가 이끌고 있는 단체. 회원은 초중고교사 교수 등 2백여명을 포함해 전국에 1천2백여명. 지난 2월 사무실을 부산에서 서울 마포구 합정동으로 옮기고 삶과 글이 하나가 되는 글쓰기 운동 등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