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1)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09분


제7화 사랑의 신비〈27〉 상처가 낫고 기운을 회복한 파리자드는 일곱 개의 산을 넘고 일곱 개의 강을 건너 검은 현무암들의 산기슭으로 되돌아왔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오빠들을 구할 수 있지?』 파리자드는 말하는 새에게 물었다. 『오, 파리자드, 마법의 우물물을 방울방울 뿌리세요. 검은 돌 위에』 말하는 새가 말했다. 그래서 파리자드는 검은 현무암마다 마법의 우물 물을 몇 방울씩 뿌렸다. 그러자 그 돌들은 갑자기 생기를 띠며 잠시 후에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들은 모두 말하는 새와 노래하는 나무와 황금빛 물을 구하기 위해 이 음산한 산기슭까지 왔다가 재난을 당했던 귀공자들이었다. 파리자드는 한 개의 돌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법의 우물 물을 뿌렸다. 그렇게 하여 그녀는 그리운 두 오빠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파리드와 파루즈는 마법에서 풀려나자 누이동생을 꼭 껴안았다. 그녀의 덕분에 마법에서 풀려난 다른 모든 귀공자들도 그녀의 손에 입맞추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파리자드 공주의 노예를 자청했다. 모든 귀공자들과 그들의 말까지 하나도 남김 없이 되살려낸 파리자드는 말하는 새가 든 황금의 새장과 노래하는 나무의 나뭇가지와 황금빛 물이 든 수정 항아리를 들고 두 오빠들과 더불어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말에 올랐다. 그들 세 남매의 뒤에는 수많은 귀공자들이 따랐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행렬은 나무 밑의 노인이 앉아 있던 초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무리 초원을 둘러보아도 노인은 이미 눈에 띄지 않았다. 나무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여기 나무가 있었고 나무 밑에는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파리자드가 혼자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자 불불 엘 하자르가 말했다. 『오, 파리자드, 어째서 당신은 그 노인을 다시 만나려고 합니까? 그분은 인간의 딸, 당신에게 자신이 터득한 것을 모두 전수하였습니다. 산 정상을 오르는데 방해가 되는, 그 보이지 않는 적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털실로 귀를 막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당신에게 가르쳐주었단 말입니다. 스승은 자신의 가르침이 끝나면 사라지는 법, 그분도 당신에게 자신의 지혜를 전하였으니 이제 사라진 것입니다』 말하는 새가 이렇게 말하자 파리자드는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삼백 년 동안 꼿꼿하게 앉아 있었던 그 성자의 유골도 자신의 식초를 내게 전한 뒤에는 그렇게 바스러질 수 있었던 거로군』 『그렇습니다. 참된 성자는 자신의 지혜를 후대에 전하고 나면 아무런 회한도 남지 않는 것입니다. 오, 파리자드여, 이제 사람들을 괴롭히는 어떤 걱정거리나 재난도 당신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오빠들에 대한 당신의 사랑은 아담의 자식으로서는 감히 행할 수 없는 기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일체의 행복의 어머니인 맑고 깨끗한 심경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말하는 새의 이 말을 들은 일동은 한갓 미물인 새의 그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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