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삼곤/그리운 할머니

  • 입력 1997년 3월 29일 09시 02분


할머니, 봄기운이 무르익는 요즘 당신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지금 땅속에 누워계신 것을 생각하니 평소 불효했던 일로 마음이 더욱 짓눌려 옵니다. 봄바람속의 불씨처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 자꾸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바로 객지로 나왔던 제가 형과 단칸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손자 둘이서 밥해 먹는 게 안쓰러워 자주 오셔서 우리들과 함께 체온을 나누셨지요. 이미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 자취방을 찾아오시곤 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제가 군에 갈 때의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위로 두 형님과 터울이 서너 살씩 나니까 우리 형제는 3년을 주기로 차례로 입대를 했지요. 제가 입대하는 날 아버지 어머니는 덤덤하셨는데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셨지요. 잘 갔다오라고 흘리시던 눈물이 지금도 제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할머니, 어찌 그리 급히 가섟燒눙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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