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4)

  • 입력 1997년 3월 24일 07시 47분


제7화 사랑의 신비〈20〉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서 있던 파리자드는 이윽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나는 여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어. 그렇지만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이 커다란 나무를 뽑아 고향 집에까지 옮겨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야』 그러자 말하는 새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큰 나무를 굳이 뽑을 필요는 없어요. 그건 미련한 짓일 뿐이에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당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심으면 된답니다, 된답니다. 땅에 꽂기만 하면, 땅에 꽂기만 하면, 가지에서는 금방 뿌리가 내려, 뿌리가 내려 며칠 사이에 저렇게 훌륭한 나무가 된답니다, 된답니다』 파리자드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갈 길은 멀단다. 적어도 스무날은 걸릴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두면 나뭇가지는 틀림없이 말라죽을 거야』 『염려하지 마세요, 염려하지 마세요. 이 나뭇가지는 꺾은 뒤 아무리 오래 두어도, 아무리 오래 두어도 말라죽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파리자드는 활짝 미소지으며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하는 새에게 말했다. 『불불 엘 하자르여! 이젠 황금빛 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다오』 그러자 말하는 새가 말했다. 『서쪽을 향하여 바라보세요, 서쪽을 향하여 바라보세요. 그러면 파란 바위가 보일 거예요. 그 파란 바위 뒤로 가보세요』 그래서 파리자드는 서쪽을 향하여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과연 저만치 앞에 부드러운 터키 옥으로 된 커다란 바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파리자드는 바위를 향하여 달려갔다. 바위 뒤로 돌아간 파리자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탄성을 질렀다. 바위 뒤에는 샘물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는데 그 물은 정말이지 눈이 부실만큼 빛나는 황금빛 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샘물이 있다니?』 파리자드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 아름다운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말하는 새가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을 건가요? 저 바위 틈에 수정으로 된 항아리가 하나 있을 거예요. 거기다 이 황금빛 물을 가득 채우세요』 그제서야 파리자드는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았다. 둘러보니 과연 바위 틈에 수정으로 된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파리자드는 그 항아리에 가득히 그 황금빛 샘물을 채웠다. 이렇게 하여 세 가지 유례 없는 보물을 손에 넣은 파리자드는 불불 엘 하자르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의 귀여운 새야! 그런데 너한테 또 한 가지 부탁할 소원이 있단다. 나는 바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멀리서 왔단다』 『오, 파리자드, 그게 뭐지요?』 『그건 내 오빠들이야. 나보다 먼저 여길 왔다가 재난을 당하여 돌로 변해버린 오빠들을 구하는 거야』 파리자드가 이렇게 말하자 말하는 새는 갑자기 몹시 난처해진듯, 혹은 겁에 질린듯 머리를 날갯죽지에 파묻은 채 떨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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