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정경숙/어렵게 얻은 딸아이를 보며…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9분


사랑하는 딸 연수야. 네가 태어난지도 어느덧 60일이 돼가는구나. 20시간의 긴 진통끝에 너를 낳았을때 기쁨보다는 야릇한 슬픔 때문에 엄마는 울었단다. 단지 네가 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엄마가 태어나 29년 동안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부닥쳐야 했던 불이익과 제약 그리고 분만의 고통을 너도 언젠가는 똑같이 겪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단다. 우리사회는 여성이 당당하게 살아가기에는 아직은 미약한 부분이 많단다. 얼마전 TV에서 미모의 여성과 능력있는 여성이 면접시험을 보았는데 능력있는 여성보다 미모의 여성이 유리했다고 하더라. 여성은 능력보다는 예뻐야 하고 많이 배우거나 바른 말을 하면 피곤하다는 식의 의식이 아직 남아있단다. 세상을 살다보면 사회에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그저 수용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을성을 길러야 하는데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다. 사랑하는 연수야, 엄마는 네가 외모에만 신경을 쓰고 가꾸는 여성이기보다는 사회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능력을 가꾸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되겠지. 물론 외모가 아름다워서 나쁠 것은 없겠지. 그러나 외적 아름다움은 세월이 가면 퇴색하는 허상이지만 내적 지적 아름다움은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는단다.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은 자신있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킬 때라고 생각한다. 너는 꼭 그런 여성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정경숙(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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