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韓이 흔들린다면

  • 입력 1997년 3월 3일 07시 35분


지금 한반도상황은 한보사태로 인한 국내정치 못지않게 긴박하다. 북한 권력층 내부에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대외활동은 돌연 활기를 띠고 있다. 붕괴든 체제변화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북한 내부정세에 더욱 신경을 써 대처할 때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논평했듯이 북한은 현재 「동요의 시기」를 맞고 있음이 분명하다.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 姜成山(강성산)총리의 해임, 인민무력부 崔光(최광)부장과 金光鎭(김광진)제1부부장의 잇단 사망, 그리고 최광 장례식때 나타난 권력서열 변동 등을 보면 북한의 권력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金日成(김일성)에게 충성했던 혁명1세대가 사라지면서 1.5세대나 2세대가 전면에 등장, 金正日(김정일)의 공식 승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에 의해 군수뇌부에 새롭게 포진한 이들이 대남(對南)정책이나 대외정책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대체적인 성향을 보면 강경 과격한 인물들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면서도 군사력만은 우리보다 우세한 수준을 항상 유지해 왔다. 김정일의 권력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북한의 이 신(新)군부세력은 상황에 따라 무모한 대남도발을 할 가능성도 안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이러한 내부 권력교체를 진행하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미(對美)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5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4자회담 설명회는 당초 참석을 유보했던 북한측이 스스로 먼저 참석의사를 밝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北―美(북―미)간 준고위급회담도 열리게 되어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요원들은 이미 북한에 들어갔고 미국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한 대북식량지원도 앞으로 활발히 추진될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우리는 이같은 빠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대북(對北)관계에서 제삼자적 입장에만 머물러 있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동요하는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북관계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당연히 철저한 방위태세를 갖춰 북한이 모험주의적 도발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망상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남북대화의 장(場)으로 나오도록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 스스로 한국과의 대화가 김정일의 권력기반 강화와 식량난 타개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韓美(한미)공조문제는 물론 우리의 대북정책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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