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서실은 비서실답게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여권(與圈)인사쇄신의 첫 조치로 청와대 비서실부터 개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예상과는 달리 비서실장과 정무 경제 총무수석 등 4명만 경질하는데 그쳤지만 이들이 그동안 보인 갈등과 불화를 한꺼번에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비서실은 실장과 정무 경제수석간 마찰과 비협조로 인한 국정운영 난조에 큰 책임이 있고 가신(家臣)정치 비난까지도 불러왔다는 점을 고려해 취한 문책인사라 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그동안 집안갈등은 누가 봐도 심했다. 金光一(김광일)실장과 李源宗(이원종)정무수석계로 편이 갈려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 金賢哲(김현철)씨 처리문제 등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조차 두 사람의 출신지역과 학교를 빗대 「PK」니 「K2」니 비난했겠는가. 게다가 이수석과 李錫采(이석채)경제수석은 한보와의 관련설까지 나돌아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한보사태 해결책을 낼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많았다. 비서실이 힘을 모아 대통령을 보좌해도 난국을 수습하기 어려운데 반목만 거듭했으니 바른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시중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 대통령이 모든 사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사실 지난해 張學魯(장학로)부속실장의 뇌물사건과 洪仁吉(홍인길)전총무수석이 안경사협회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이 터져나왔을 때부터라도 청와대 참모진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한보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문제로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비서실장 정무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그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비서실은 비서실다워야 한다. 법대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데 충실해야지 계파(系派)를 찾거나 실세(實勢)니 무어니 하며 권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서서도 안된다. 오직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어 남은 임기 1년을 더이상 대과(大過)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행정부처 위에 군림해서도 안되고 비서답게 철저히 몸을 낮춰 오로지 대통령을 보필하는 데에만 충실해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28일의 비서실 개편에 이어 내주에는 내각과 여당의 진용을 일신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번 대(對)국민담화에서 약속한 대로 국정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참신하며 능력있는 인물을 찾아 기용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각은 정치색을 탈피하여 정부가 지난 4년간 벌여온 일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짜주어야 한다. 김대통령은 취임초부터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해왔지만 그동안 인사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실상 재임중 마지막 인사가 될 이번 당정개편만은 제대로 해 떨어진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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