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 관련된 갖가지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에게 줄을 댄 사람들이 나라의 인사와 정보 이권에 개입해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했다는 소문들은 참으로 놀랍다. 각종 설(說)의 진위(眞僞)는 검증해봐야 겠지만 우선 이런 말들이 쏟아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현철씨 주변인물들에 대한 내사(內査)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金己燮(김기섭)안기부 운영차장 등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해진다. 김차장은 안기부의 정보를 사적으로 빼돌려 현철씨에게 제공해왔고 인사는 물론 이권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를 총괄하는 부서의 고위간부가 기밀을 비선조직에 흘렸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김차장뿐 만이 아니다. 군(軍)정보기관과 검경 고위층 인사 몇몇도 비슷한 의혹설에 휘말려 있다. 사실이라면 정부일각에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정보를 사물화(私物化)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극단적으로 국가 공조직 일부가 특정인을 위한 기구로 활용되고 공직(公職)에 있는 인사가 특정세력의 영향력을 키우는 일에 협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현철씨가 정관계와 금융계 군부에 막강한 인맥을 형성하고 또 재벌2세그룹까지 관리했다는 일련의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일부 주변인물들이 그와의 관계를 핑계삼아 정실인사나 이권에 개입한 결과가 이런 저런 소문을 만들어 낸 것으로 믿고 싶다. 침통한 모습으로 현철씨 문제에 대해 깊이 사과한 김대통령이 아들의 그같은 추문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솔직히 밝히지 않았을리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소문은 계속 꼬리를 물고 구체적 정황도 일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현철씨의 눈에들어 발탁된 정관계인사가 누구 누구라는 소문도 실명(實名)으로 나돈다. 「모든 길은 小山(소산·현철씨 지칭)으로 통했다」거나 그를 통하면 안될 일이 없었다는 설들의 진위를 확실히 밝혀 조속히 공개하지 않는 한 의혹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게 틀림없다. 그와의 연줄을 기화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그들이 누구인지, 또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번 대(對)국민담화에서 현철씨에게 잘못이 있다면 응분의 사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의혹투성이인 현철씨는 물론 그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그같은 다짐의 기조 위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보의혹을 잠재울 수 있다. 또 현철씨도 자신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을 놓고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나가 정직하게 증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