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1)

  • 입력 1997년 2월 26일 20시 1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01〉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은 마음 속으로 이집 주인은 남을 놀려먹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리, 저는 세상에 태어난 후 이렇게 희고 맛이 좋은 빵은 처음 먹어봅니다」 형이 이렇게 말하자 대신 바르마키는 말했습니다. 「이 빵은 말요, 내가 오백 디나르에 사서 하녀가 구운 거랍니다. 이런 빵은 좋은 밀가루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데 나는 이집트 상인들에게 특별히 주문을 하여 사들인답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주인은 다시 큰 소리로 사환을 불러 말했습니다. 「여봐, 우선 고기 푸딩을 가져오게. 기름을 듬뿍 넣고 말야」 잠시후 사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고기 푸딩을 날라오는 시늉을 하자 주인은 다시 형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손님, 어떻소. 이처럼 기막힌 고기 푸딩을 본 적이 있소? 자, 사양 말고 드셔보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주인 자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고기 푸딩을 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형 또한 그를 따라 했습니다. 잠시후 주인은 다시 소리쳤습니다. 「여봐, 사환. 술에 절인 고기로 만든 스튜를 올려라. 닭 기름살을 넣어서 만든 것 말야」 잠시 후 사환이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튜를 가지고 오자 주인은 형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자, 손님, 드시죠. 당신은 시장하시니 많이 드셔야 합니다」 그래서 형은 쉴새 없이 턱을 움직여 쩝쩝 음식 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인은 연방 요리를 청하여,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그저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여봐, 사환. 이제 피스타치오 열매를 채운 닭고기를 가져 오도록 해라」 주인은 다시 이렇게 소리쳤고 사환은 다시 아무것도 없는 것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형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손님, 나는 피스타치오를 먹여 이 닭을 살찌웠답니다. 어서드세요. 이런 진기한 맛을 가진 닭고기를 먹어보는 것은 처음일거요」 그래서 형도 말했습니다. 「나리, 정말이지 이건 천하일미로군요」 형이 이렇게 말하자 주인은 손을 움직여 맛있는 닭살을 형에게 한 입 집어 주는 것처럼 했습니다. 그리고는 배고픈 사람에게 쉴새 없이 온갖 요리에 대하여 아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형의 시장기는 더욱 심해져서 나중에는 빵 한 조각, 귀리과자 한 조각이라도 실제로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 요리에 쓴 조미료보다 더 맛있는 것을 맛본 적이 있소?」 그래서 형은 말했습니다. 「아니오, 이런 맛있는 건 생전 처음이랍니다」 「그런데 왜 더 드시지 않습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실컷 드세요」 「아니오, 이젠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먹겠습니다」 형은 정말 배가 부르기라도 한듯 두손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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