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로 중단됐던 당진제철의 건설공사가 재개된다 해도 준공시기는 당초 예정된 올 연말이 아니라 3∼4개월 더 늦어진다고 한다. 재산보전관리인으로서 한보철강의 경영을 위탁받은 새 임원진은 관계당국에 서면으로 이렇게 보고했다.
물론 준공시기는 중요하다. 준공시기에따라 공사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미 당진제철은 현재 계획된 규모로 따져 3조원이면 될 공장에 한보측은 5조원이 투입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차액이 어디로 갔느냐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우선 포철의 제1차 실사팀이 지적했던 과잉투자가 얼마나 됐고 그 돈이 공장건설에 쓰여지지 않았다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해 내는 게 시급하다.
이것이 밝혀지면 한보비리의 외압실체규명은 물론 이 자금의 일부라도 회수, 추가건설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당진제철이 준공된다고 해도 바로 조업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철강의 세계적 수급관계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당진제철은 정상 가동까지 3년은 걸린다는 지적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계속 천문학적인 추가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보가 당초 공장준공을 위해 7천억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실사팀은 2조원이상을 예측했다. 그런데다 조업정상화 시기가 오래 걸릴 경우 자금투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기반시설투자비용은 어찌 조달할 것이며 이제 와서 부실공사로 지반침하현상까지 나온다니 이 뒷돈은 누가 대야 하는가. 그렇다고 경영전망이 밝은 처지도 아니다.
결국 한번 물린 은행들이 앞으로도 계속 허리가 휠 전망이다. 벌써부터 한보관련 채권은행들은 예금인출사태로 고전하고 있다.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청와대당국자의 말 한마디로 해외신용도뿐 아니라 국내은행의 경영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채권은행들이 앞으로도 당진제철의 건설비용을 댈 수밖에 없다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신기술이라는 코렉스공법의 상용성(商用性) 시비도 그치지 않고 있다. 철강전문가들은 제2기 공사에 도입된 코렉스공법이 안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당국자는 매우 새로운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등 기술적인 견해는 상반되고 있다. 철저한 당진제철의 실사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제철소의 장래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신임 孫根碩(손근석)사장의 말대로 건설공정이 끝나지 않은 시설의 경제성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과감히 이를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확한 실사결과 공장의 준공후 기업 전망과 물려들어갈 은행들의 수지가 불투명하다면 더 이상 투자를 중단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부정부패와 정책실패를 감추려 무작정 돈을 들여서는 국가경제만 결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