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00)

  • 입력 1997년 2월 15일 20시 19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0〉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넷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우악스런 두 사내들에 의해 손이 묶여버린 형은 애원하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제발 저에게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들이 왜 저를 이렇게 하는지」 그제서야 두 사내는 말했습니다. 「이 능청스런 놈, 네 놈은 우리 주인나리를 몰락시키고도 시원치가 않더란 말이냐? 자, 잔말 말고 단도나 내놔, 살인에 쓰려고 하는 그 단도 말이다」 이렇게 말한 두 사내는 형의 몸을 뒤져 허리끈에 찬 신발의 가죽을 베는 데 쓰는 칼을 찾아냈습니다. 그러한 두 사내를 향해 형은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들은 알라가 무섭지 않소? 죄없는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진 마시오. 내 얘기는 다르단 말요. 아주 이상한 이야기란 말요」 형이 이렇게 말하자 두 사내는 물었습니다. 「그 이야기란 어떤 얘기냐?」 그리하여 형은 그들이 자신을 놓아줄 줄로 알고 여태까지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내는 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형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형이 풀려나기 위하여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의 이야기, 바그다드에서 푸줏간을 하다가 수염이 긴 노인을 만나 재앙을 입게 되는 이야기며, 그 뒤 애꾸눈이라는 이유 때문에 임금의 노여움을 사 죽도록 두들겨맞고 쫓겨오게 된 이야기들은 누가 들어도 거짓말같이 들릴 테니까 말입니다. 「이런 엉큼한 놈, 누가 그런 황당한 거짓말에 속을 줄 알고?」 이렇게 소리치며 두 사내는 형을 사정없이 때려 옷까지 죄다 찢어놓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형의 옆구리에 나 있는 채찍 자국이 드러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못된 놈! 이 채찍 자국은 무얼 말하느냐? 네 놈이 죄인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이런데도 거짓말을 할 작정이냐?」 이렇게 소리치며 두 사내는 형을 총독에게로 끌고 갔습니다. 총독에게로 끌려가면서도 형은 혼자말을 하였습니다. 「전능하신 알라 이외에 나를 구해 줄 사람은 없구나!」 총독은 형을 굽어보며 말했습니다. 「네 이 놈, 너는 사람을 죽이려고 그 집에 들어갔지?」 형은 그러한 총독을 향해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오, 총독님, 제발 소원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신 연후에 심판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나 총독은 매몰차게 말했습니다. 「사람을 몰락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살인을 하려고 남의 집에 침입한 자, 등과 옆구리에 온통 채찍 자국까지 있는 도둑놈의 잠꼬대를 들을 수는 없다. 네 놈이 무슨 무거운 죄를 범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심한 매질을 당할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말한 총독은 형에게 곤장 백 대를 먹이고 낙타에 태워 온 거리로 조리돌리게 했습니다. 형으로 하여금 「남의 집에 침입한 자로서는 오히려 가벼운 벌입니다」하고 소리치게 하면서 말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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