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싱가포르]감옥보다 무서운「곤장」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사람되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종아리를 맞으며 자라던 것이 그리 먼 옛날 일은 아니다. 사랑의 매였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 자녀라도 매질하는 것을 금지하는 나라가 적지않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지금도 태형이 있다. 「여차 여차한 죄를 지었으니 징역 3개월에 곤장 10대」 하는 식의 판결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몇년 전 미국 청년이 길거리에 서있는 자동차를 페인트 스프레이로 더럽혔다는 죄목으로 곤장형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미국 국민들은 야만적 행동이라며 거세게 규탄했다. 대통령 편지 덕분에 그 청년은 6대의 곤장을 4대로 감형받았다. 싱가포르에서는 지금도 파렴치범과 불법체류, 납치 밀수 음란간행물유포 공공질서파괴범 등을 중형에 처하고 태형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 태형은 실제로 의사가 입회한 가운데 맞을 만큼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 몸에 흉한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한두대 맞은 뒤 상처가 아물면 또 맞고 하는 식이다. 매맞는 중간중간 그 공포감이 너무 커 차라리 몇개월 징역을 더 살았으면 할 정도로 벌로서의 효과가 크다는 것.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들이 뭐라고 하든 여전히 태형이 존속되고 있지 않나 싶다. 징역의 경우 선진국의 교도소라는 것이 그렇듯 거의 불편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벌금형이라고 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잘 버는 사람들에게는 「그까짓 것」으로 생각되지만 태형만큼은 무서운 형벌로 인식돼 범죄예방효과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X자형 나무틀에 묶어 놓고 잘 가다듬은 전용매로 곤장 전문가에 의해 몇대 맞으면 평생 가시지 않는 상처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입게 된다는 것이다. 윤성곤 <싱가포르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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