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김운하〈3〉
『믿어도 돼요?』
『독립운동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새 오토바이였을 때도 말인가요?』
『그건 몰라요. 난 이 오토바이가 새 것이었을 때를 본 적이 없으니까』
『무슨 얘기죠?』
『학교 다니는 데 필요해서 중고를 샀다는 얘기예요』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눈 앞을 막고 선 파이버의 흙이 신경쓰였다. 그녀는 한손으로는 독립군의 허리를 잡고 한손으로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 흙을 닦아냈다.
『뭐하는 거요? 허리를 잡으랬지 누가 머리를 잡으랬소?』
『요금 대신 독립군 철모를 닦는 거예요』
『연적지에 던져놔도 입만 뜨겠군』
연적지라면 도서관과 공과대학 사이에 있는 연못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곳말고 대학 본관 앞에도 그보다 큰 나래못이라는 연못 하나가 더 있었다.
『공대 다니세요?』
『아니오. 이 나라 경제의 자주 독립을 위해 경제과를 다닙니다. 댁은요?』
『국문학과예요』
『몇 학년인지 물어봐도 돼요?』
『삼학년이에요. 독립군 아저씨는요』
『나도 삼학년이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연적지예요? 나래못이 아니고』
『이름이 좋잖아요. 먹을 가는데 쓰는 물이라는 뜻이니까』
어느 사이 오토바이는 교문 안으로 들어서서 인문일호관으로 가는 언덕길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늘 시험 잘 보면 내 덕인 줄 알아요』
『그럼 못보면요?』
『그거야 댁의 실력탓 아니겠소. 난 댁을 시험보는 데까지 모시기만 하는 거지 공부까지 대신해주는 거 아니니까』
『칫』
『칫이든 쳇이든 어쨌든 오늘 나한테 빚진 거 하나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요』
『무얼로 갚을까요?』
『시험이나 잘 봐요. 괜히 잘못 봐 내 탓하지 말고』
그는 인문일호관 계단 앞에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헬멧 한 번 벗어봐요』
시간 안에 닿기는 했지만 바쁜 중에도 그녀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말했다.<글:이 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