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31)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독립군 김운하 〈2〉 서영은 독립군이 서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무슨 일이오?』 『저 좀 태워줘요』 『학교 늦은 거요?』 『예. 첫 시간 시험인데……』 『타요, 그럼』 서영은 평소 폐닭 철망이나 실었으면 좋겠다던 자리에 두 다리를 옆으로 하고 앉았다. 『그렇게 앉으면 위험해요. 이 오토바이는 보험도 안 들었으니까. 바쁘다면서 빨리 달릴 수도 없고. 나처럼 앉아요. 싫으면 내리고』 서영은 그가 시키는대로 다시 오토바이를 탔다. 눈 앞을 막고 있는 독립군의 파이버가 막 시합을 끝낸 미식 축구선수의 그것처럼 흙이 묻어 있었다. 『잘 잡아요, 허리를』 그녀가 허리를 잡자 독립군은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모실 데가 어디오?』 『인문일호관이에요』 『아까 날 독립군이라고 불렀소?』 『예. 이름을 몰라서……』 『부르는 거야 어떻게 부르든 댁이 나한테 신세 한 번 진 건 틀림없는 일이니까 잘 기억해둬요』 『그럴게요』 『안 들려요. 나한테는 중요한 약속인데』 『그―러―겠―다―구―요』 『그렇다고 너무 악쓰지는 말아요. 건강에 좋은 거 아니니까. 젊은 애들 늦잠 자는 것도 건강에 좋은 거 아니고. 알았어요?』 고물인데도 오토바이는 조금 붐비는 길에서 자동차보다 잘 달렸다. 독립군이 먼저 장난을 치자 이제 조금 여유를 찾은 그녀도 함께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그래도 잘 아시네요』 『뭘 말이오?』 『본인이 독립군인 거요. 청산리……』 『까불면 아까 그 자리에 도로 갖다놓는 수가 있어요. 돈 받고 태워주는 것도 아닌데. 댁한테는 영광인 줄 알아요』 『뭘 영광으로 알아야죠?』 『이 오토바이 뒤에 처음 앉아본 여자라는 거 말이오』 <글:이 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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