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은 마음 비우라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지금은 국가적인 위기국면이다. 노동법파동에 이어 한보비리 의혹이 겹치면서 그로 인한 민심이반과 현정권의 국정관리능력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심각하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 표류하고 있으나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안되고 있다. 너무 빨리 온 정권피로증과 레임 덕 현상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감돈다. 현정권의 국정운영을 걱정하거나 자책하는 기류가 번지면서 집권층마저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고 있다. 집권초기 90%를 오르내리던 지지도는 최근 5%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정권의 위기차원을 넘어 자칫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나라가 큰 일이다. 남은 임기 1년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책무는 막중하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진로(進路)가 좌우된다. 김대통령은 지금 무엇보다 위기의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 자신은 돈 한 푼 안받고 칼국수를 먹는다는 데도 왜 이 지경인가. 대형금융비리로 나라가 시끄러워진 일차적 책임은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분명히 정부에 대한 신뢰성의 위기, 국정관리능력의 위기, 국가 도덕성의 위기다.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냉소한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마음을 비우고 난국타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통령은 우선 한보비리에 관한 한 스스로 다짐한 그대로 정말 성역없이 척결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연루자는 그가 누구건 가차없어야 한다. 말만이 아닌 실천으로 국민앞에 그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적당히 구색맞추기 수사로 끝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권재창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본보 발행인은 이미 지난 1월1일자 「연두제언」(年頭提言)에서 올해가 도전과 시련의 해이자 국민통합의 위기임을 지적하고 대통령은 정권재창출 같은 눈앞의 정치적 이해에 매달리지 말 것을 촉구한 바있다. 지금의 이 가파른 정국은 따지고 보면 결국 대선을 앞둔 힘겨루기에 그 뿌리가 있다. 사심없이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하겠다는 결의를 확실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야당의 두 김총재와도 역사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생각이나 정치적 대항의식을 버려야 한다. 정당정치에 연연할 게 아니라 대범하게 마음을 비운 채 오로지 국가장래를 생각하며 국정에만 전념하는 일이 중요하다. 독단과 독주가 파행을 낳는다는 비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흔들리는 민심을 수렴하고 일신(一新)하기 위한 쇄신책 또한 시급하다. 지금의 이 분위기를 그대로 두고는 임기말의 원만한 국정운영이 어렵다. 국민들은 국정의 새 바람을 바라고 있다. 겸허하게 지난날의 공(功)과 과(過)를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 1년을 새로 시작한다는 결연한 각오 아래 국정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국내정치에는 손을 떼고 초연한 입장에 서는 결단을 빨리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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