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핀란드]사냥통해 배우는 자연사랑

  • 입력 1997년 1월 30일 20시 09분


핀란드는 국토의 3분의2가 숲으로 덮여 있어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지난 가을 처음으로 무스사냥에 따라갔다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핀란드인들의 모습에서 새삼스레 감동을 받았다. 핀란드에서 사냥은 단순한 살생이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길을 달리다 보면 핀란드 곳곳에서 동물그림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동물이 튀어나오니 주의해서 운전하라는 표지다. 표지판 속 주인공인 동물과 달리던 차가 충돌했다는 사고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가을에는 동물의 수가 유난히 늘어나 적절한 수량제한을 위해 사냥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년 사냥할 수 있는 범위는 그 불어난 수만큼으로 제한돼 있다. 또한 누구나 사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사람만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엄격한 심사기준이란 명중률의 정도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격에 따라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도 구분된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있는 동물은 사냥대상에서 제외된다. 피치못할 사정이면 새끼를 쏜다. 어미 잃은 새끼는 자연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냥은 보통 12명 멤버의 팀워크로 이뤄진다. 어디쯤 들소가 있다는 정보가 전해지면 그 외곽지역에 한 사람씩 진을 쳐 자기 자리를 지키고 한 사람은 사냥개를 앞세우고 몰이를 한다. 교신은 무전기를 사용하며 몰이꾼은 끊임없이 방향제시를 한다. 혼자서 적막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몇시간을 보내다보면 불어오는 바람과 지저귀는 새가 모두 친구가 된다. 핀란드의 숲속에서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는 어디든 어김없이 한 뼘쯤 되는 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할아버지가 심었던 아름드리 나무들을 고맙게 잘라 쓰며 손자들을 위해 또 다시 나무를 심는 마음. 그런데 우리는 언제쯤 울부짖는 반달곰의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걸까. 안 애 경<핀란드 거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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