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의 산 증인 趙南哲(조남철)9단이 대학 강단에 선다고 한다. 바둑인생 50여년에 국수전 9연패 최고위전 7연패. 금년 73세의 이 노기사(老棋士)는 명지대 바둑지도학 객원교수로 달인(達人)의 모든 것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에게도 평생 쌓아 온 업(業)을 후세에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도 최근 대학교육의 다양화로 강단에 서는 각분야 전문가들이 상당히 늘고 있다. 영화배우 장미희, 탤런트 유인촌 조경환, 영화감독 이장호 배창호, 록의 대부 신중현씨 등 대학 강단에 진출한 연예계 인사들은 꽤 많다. 문인들 중에는 작가 박경리 이문열 시인 황지우씨, 유명체육인들 중에는 씨름선수 이만기 유도선수 하형주씨 등이 있고 만화가 이현세 이두호씨도 이번 학기부터 강의할 예정이다. 경제계 관계인사들은 대개 학위를 딴 뒤 강단에 선다는 점에서 조금은 차이가 있다
▼이들 전문인들의 상당수는 시간강사이거나 대우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연구교수들로,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되어 있는 교육법상 전임인 정규교수들은 아니다. 아직은 전임교수들이 썩내켜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전임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을 넓혀놓았다.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이라도 사회활동경력이나 전문성을 고려해 전임교수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경험자들의 생생한 지식을 활용, 생동감 있는 교육이 되게 하자는 취지다
▼보기에 따라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 탐구이며 학문이란 단순한 경험이나 기능의 축적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같아서는 현실과 실생활에 뿌리를 둔 실용학문이 어느때보다도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론에 잘 접목만 시킬 수 있다면 현장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고희의 나이에 「바둑인생 50년」을 강의하려는 조남철 9단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