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딸은 재산이다?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4분


딸이 태어났을 때 「딸은 재산이다」라고 할아버지들은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냥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보다 얌전하지만 크면서 문제가 생긴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미 이성짝을 가지고 싸운다. 편지도 야하다. 너 때문에 잠못이루는 밤에 편지를 쓴다… 어쩌구. 중학교에 들어가면 이제는 직접 작은 늑대들을 달고 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알게 되었니?』라고 물어보면 『전철에서 알았어요』 또는 『길에서 쫓아왔어요』라는 대답이다. 『그럴 때는 거절해야지』라고 나무라면 『왜요?』한다. 보수적인 남녀관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아예 당구장 노래방 카페 등 안 다니는 데가 없다(설마 소문나뿐 비디오방은 아니겠지). 스키장에서는 핑계대고 디스코장에도 간다. 좀 심하다 싶어 한마디하면 『요즘 그런데 안가는 고등학생이 어디있어요?』라고 되레 큰 소리를 친다. 더한 문제는 전화다. 전화를 한 번 들면 한시간씩 할뿐더러, 새벽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신원미상의 「밤전화」에 매달린다. 「통화는 짧게 용건만 간단히」라는 말이 소용없다. 삐삐는 더 심하다. 무슨 급한 일이 그렇게 많은지 시도 때도 없이 울려서 신경을 건드린다. 요즘 남학생들은 돈이 많은지 선물로 받는 삐삐가 여러개 쌓이기도 한다. 대학에 가면 어떨까. 신입생 환영회에 가면 소주를 한사발씩 마시라고 한다. MT에 가면 남학생 여학생들 수십명이 한방에서 잔다. 술취한 여학생이 남학생 등에 업혀 다니기도 한다. 결혼하지 말라고 말리면 설악산으로 도망까지도 불사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딸을 재산으로 만들기도 힘든 세상이다. 이 동 신<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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