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이온음료는 「맛좋은 소금물」일뿐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어떤 과학 용어가 왠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주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시중에서 「이온 발생기」 「이온 음료」 「이온 정수기」와 같은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온」이란 말이 바로 거기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온」을 이해하려면 우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를 살펴보아야 한다. 원자는 서로 다른 전기를 띤 전자와 원자핵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자와 원자핵 간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고 있고 이 힘의 크기는 원자마다 천차만별이다. 수소나 나트륨 원자는 원래 가지고 있던 전자도 제대로 지킬 힘이 없지만 플루오르나 염소 원자는 다른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전자까지도 서슴없이 빼앗을 수 있다. 원자나 분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전자를 빼앗기거나 다른 전자를 빼앗아오면 만들어지는 게 바로 「이온」이다. 수소나 나트륨은 「양이온」이 되기 쉽고 염소나 플루오르는 「음이온」이 되기 쉽다. 이런 이온은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플라스마」라고 부르는, 온도가 매우 높은 기체 상태의 이온은 핵융합 반응에 사용된다. 이온은 일반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다른 분자와 쉽게 반응한다. 물과 같은 특별한 액체나 소금과 같이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결정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뾰족한 금속 막대기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전기 방전이 일어난다. 한쪽 금속에 있던 전자가 다른 쪽으로 뛰어 넘어가는 현상이다. 이런 전자가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 푸른색의 섬광을 낸다. 이 과정에서 「이온」이 생기고 이온은 공기 분자와 1초에 수십억번씩 충돌하면서 살균 작용이 있는 「오존」을 만들기도 한다. 「오존 발생기」는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공기중에 오존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피부와 호흡기에 피해를 준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물에 소금을 넣으면 나트륨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이 분리된 「이온수」가 된다. 심한 운동을 하면 이런 전해질 이온이 땀과 함께 빠져 나가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면 해결된다. 맛 좋은 「소금물」에 지나지 않는 「이온 음료」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양이온수」처럼 한 종류의 이온만 있는 물은 매우 불안정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온」이 마치 신비의 물질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무지(無知)」 아니면 과장이다. 이 덕 환<서강대 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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