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23)

  • 입력 1997년 1월 24일 18시 06분


짧은 봄에 온 남자〈5〉 『저어…』 서영은 이대로 그냥 이렇게 돌아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저, 또 와도 되나요?』 아저씨가 당돌하게 생각한다 해도 아무 말도 않고 돌아서면 이내 후회하고 말 것 같았다. 『그래요』 아저씨는 뒤늦게 생각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명함을 꺼냈다. 『또 올 거예요』 『그래. 다음엔 식사도 하고』 『오늘 아저씨를 봐서 기뻤어요』 그녀는 생긋 웃으며 말했지만, 그렇지만 마음 속은 벌써 허전해지고 있었다. 『나도 서영이를 봐서 기뻤어』 『정말요?』 『그래, 정말로』 아저씨도 소년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왠지 그 목소리 안에 쓸쓸한 바람 소리가 배어나는 듯했다. 『이제 집으로 가야지?』 카페를 나와 복도 벽에 붙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다시 아저씨가 물었다. 엘리베이터는 칠층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면 아저씨는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눈 앞에서 사라지듯 상자 안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아뇨. 거리를 막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녀는 그걸로 아저씨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주 보았다면 아저씨는 그녀의 깊은 눈 속에 어떤 허전함과는 다른 슬픈 무엇이 들어있음을 보았을 것이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일층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오면 아저씨는 상자 안으로 들어가고 그녀 혼자 남는다. <글 : 이 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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