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 쿠타가와문학상 수상 동포 유미리씨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東京〓李東官 특파원」 지난 16일 소설 「가족 시네마」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柳美里(유미리·28)씨의 일관된 주제는 가족이다. 그러나 유씨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은 단순한 사회구성체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개인의 실존과 국가 및 사회란 「보편성으로 통하는 창(窓)」이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18세때 희곡을 처음 발표한 이후 그동안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9편의 희곡과 8편의 소설을 누에가 실을 자아내듯 잇따라 발표했다. 「물고기의 축제」로 92년 기시다(岸田)희곡상을 수상했다.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수상발표 이후 밀린 원고마감에 쫓겨 하루 한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면서도 자신의 문학관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 4,5월경 한국 방문 ▼ ―가족 상황은…. 『지난 68년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아버지 柳原孝(유원효·64)씨와 어머니 梁英姬(양영희·51)씨의 2남2녀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고향은 산청이고 어머니 고향은 밀양이다. 9세때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다. 여러차례의 자살미수로 정학처분을 받았고 고교 1년때 결국 퇴학당했다. 부모의 이혼후에는 한동안 어머니와 살았으나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 유씨의 외할아버지는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孫基禎(손기정)씨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유명 마라토너(梁仁得·양인득)다. ―한국방문은…. 『연극 공연을 계기로 두차례 방문했다. 작년 어머니의 고향인 밀양에 가 외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하며 내가 왜 일본에 있게 됐나 생각했다. 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 취재를 위해 4,5월경 한국을 찾겠다』 ―재일한국인이란 입장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의식하지 않아도 배어나온다. 재일동포란 매우 미묘한 입장이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에 대해서도 말때문에 위화감을 느낀다. 「방황하는 존재」다』 ―「중간적인 입장」을 어떻게 살려갈 계획인가. 『내 문학에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나이」(아니다 없다란 의미의 일본어)에서 비롯된 내면적 대립이 깔려있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없다」는 것은 귀중하다. 나는 중졸 학력밖에 없고 가족은 없어졌다. 이것이 나의 풍성함의 원천이다』 ―가족의 문학적 의미는…. 『가족에 정신적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근원적 불안을 갖는다. 개인은 가족의 영향을, 가족은 사회와 국가의 영향을 받는다. 결국 가족의 붕괴를 그리면 국가의 붕괴를 설명할 수 있다』 ―스스로 그리는 가족상은…. 『가족을 갖지 않을 것이며 결혼도 하지 않겠다. 영화 「서편제」에서 딸을 창의 명인으로 만들기 위해 의부(義父)가 딸의 눈을 멀게 만드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유씨는 『어릴 때 친구들로부터 운동화에 껌을 붙이거나 옷을 벗기는 등 괴롭힘을 자주 당했다』며 『줄곧 혼자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적 훈련을 받았는가. 『퇴학당한 후 2년간 책을 읽은 것 외에는 체계적으로 문학수업을 받은 일이 없다. 작가중에는 악(惡)의 문제와 인간과 신의 관계를 그린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며 일본작가중에는 다자이 오사무(太宰治·1909∼48)의 작품을 좋아한다』 ―희곡작가로 출발해 24세때부터 소설가로 전환했는데…. 『독자에게 직접 호소하고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나 희곡을 버리지 않겠다. 연극배우시절 연출자에게 체험을 얘기하자 「내면에 드라마를 갖고 있다」며 권유받아 희곡을 쓰게 됐다』 ▼ 계속 가족문제 다룰 것 ▼ ―큰 상이 부담이 될 것 같은데…. 『20대 중반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글쓰는 것은 손가락으로 상처를 쑤시는 정신적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한 글을 쓰겠다』 유씨는 일생 가족문제를 다룰 것이며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처럼 세계에 통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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