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령기자」지금 이시간 세계 각국의 애서가들은 어떤 책에 열광하고 있을까. 인터넷에 소개되는 신간정보를 통해 지구촌의 「독서기상도」를 그려본다. 인터넷 최대의 도서정보 홈페이지인 「아마존」(http://www. amazon.com)은 이번주 화제의 신간으로 명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의 자서전 「어느 기자의 인생(A Reporter’s Life)」을 소개했다. 4백16쪽분량으로 크노프출판사에서 발간된 이 책은 올해 여든한살을 맞은 크롱카이트가 44년간의 취재인생과 사생활을 회고한 책.
때마침 지난 2일부터 미국의 케이블TV 채널인 「디스커버리」가 「크롱카이트의 기억」이라는 8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은퇴후 16년이 지나도록 「월리아저씨(크롱카이트의 애칭)」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크롱카이트는 자서전에서 『여섯살 때 하딩대통령의 부음이 실린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배달구역을 바람처럼 달리던 신문배달소년시절 내 인생의 방향은 이미 결정됐다』고 회고한다. 스물한살에 UP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크롱카이트는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까지 매체를 종횡무진하며 역사의 현장을 누볐다.
특히 CBS의 이브닝뉴스 진행자를 맡았던 62년부터 81년까지의 19년간은 전성기. 미국인들은 부엌과 거실에 켜놓은 TV를 통해 크롱카이트가 전하는 베트남전쟁현장과 아폴로우주선의 달착륙, 케네디대통령의 암살소식을 들었다.
크롱카이트는 자서전에서 유명인사들의 감춰진 면모를 인상적인 일화를 통해 소개한다. 아이젠하워가 크롱카이트에게 털어놓았던 패튼장군의 「괴팍성」은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깃거리. 매사에 나서기를 좋아하던 패튼장군은 노르망디상륙작전 당시 「절대보안」이 강조되는 상황임에도 마을주민들과 출정식을 벌이고 연설을 한 책임을 물어 본국으로 소환됐다.
상사인 아이젠하워장군은 애당초 「면직」을 결정했으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는 패튼을 보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고 마음을 돌렸다는 것. 이 말을 들은 패튼은 아이젠하워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채 소리내어 울다가 느닷없이 아이젠하워를 떠민 뒤 『고맙다 이 개××야』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미국인들이 크롱카이트의 매력중 첫번째로 꼽는 것은 다름아닌 「신뢰성」이다. 크롱카이트는 자서전에서 평생을 지켜온 금과옥조 「기자는 공정하며 공평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강조한다.
한편 「아마존」은 「어느 기자의 인생」을 30% 할인된 가격에 인터넷으로 주문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