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노조 파업 중지를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지난 연말 국회에서 변칙처리된 개정 노동관계법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2단계 파업에 병원노조와 방송사노조등 시민생활과 직결된 공공부문노조가 가세, 파업이 노―정(勞―政) 정면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노동관계법 개정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지만 쟁의대상이 아닌 입법(立法)사항을 둘러싼 파업행위가 경제 사회에 미칠 혼란과 충격은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KBS를 비롯한 방송4사가 방송사상 최초로 동시파업에 돌입함으로써 국민의 공유재산인 전파가 파업의 볼모로 잡힌 사태는 우려할 만하다. KBS MBC EBS노조는 7일 오전 5시부터, CBS노조는 오전 9시부터 주조종실 소속 송출인력을 제외한 조합원 전원이 제작거부에 들어가 벌써부터 일부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동안 방송사별로 방송사내의 노사문제를 둘러싸고 파업에 돌입한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방송사들이 동시 파업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 현행 방송법은 방송은 특정한 정당 집단 이익 신념 또는 사상을 지지 또는 옹호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법률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도 아닌 사회적 공유재산인 국민의 전파를 운영하도록 위임받은 방송인 자신들이 자기들의 이익과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전파 자체를 볼모로 삼는 것은 방송의 존립근거를 뿌리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노조가 제작을 거부하는 것은 제조업으로 비유하자면 제품의 생산 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은 공중파방송의 과점(寡占)형태에서는 방송사들의 동시파업은 국민들의 방송선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방송노조는 파업 이전에 방송을 통한 민주적 여론 형성에 얼마나 진지했는가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느 기관보다도 공적 책임에 투철해야 할 방송은 파업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번 방송사 동시파업은 유감스럽게도 정해진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현행법상 쟁의대상이 될 수 없는 입법사항을 파업의 이유로 내세웠고 기업별노조체제에서 금지되고 있는 연대파업의 형태를 취했다는 점에서 불법파업이라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방송사들은 더 늦기 전에 국민들의 몫인 전파와 방송선택권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파업만이 의사표현의 유일한 길은 아니다. 지금 방송이 해야 할 일은 파업보다는 정치권이 보다 현명하게 난국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대안과 지혜를 제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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