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97세계경제는 『西高東低』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올해 지구촌 주민들의 살림은 얼마나 주름살이 펴질 것인가. 실업과 인플레가 함께 들이닥치는 일은 이제 드물어졌다. 인플레는 경제성장의 부산물로 나타나며 정부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재정투융자를 줄이면 실업이 증가한다. 또 국가간 및 경제권역간 수출입장벽과 교역정책의 변화가 바로 기업들의 이윤을 좌우하기도 한다. 국민 가계부의 수입과 지출은 이렇게 경제권역별 경기흐름과 이 흐름을 소화할 줄 아는 정부의 역량,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정해진다. 각 경제권역별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 인플레율 실업률 등을 통해 97년 세계경제의 모습을 조감해본다.>> ▼ 아 시 아 ▼ 「東京〓尹相參특파원」 올해 아시아 경제는 한마디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오는 7월 중국에 반환되는 홍콩의 자리매김이 아시아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 자체는 제9차 5개년계획의 2년째를 맞아 고도 경제성장 유지와 시장경제에의 진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홍콩 문제와 관련해 『경제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불안 요소가 말끔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아시아 각국은 전반적으로 올해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특히 개발도상국이긴 하지만 베트남과 필리핀의 성장이 두드러질 예상이다. 그러나 한국과 싱가포르 등은 주력제품인 반도체 전자제품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지난 해에 이어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IBRD) 등은 장기적으로 현재 아시아의 경기 감속은 순환적인 것이며 2000년 이후에도 고도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경제성장과 관련해 신흥공업지역(NIEs)은 6.5%, 동남아시아는 7.6%선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주춤거리긴 하겠지만 선진공업국의 2.6%나 세계 전체의 3.5%보다는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신흥공업지역과 동남아시아에 있어 앞으로 성장의 열쇠는 임금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있으며 인도네시아가 「국민차」 구상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 지역 국가들이 국내산업육성을 위해 취하고 있는 보호주의가 해외로부터의 투자와 상충되지 않도록 조화를 꾀하는 것도 과제다. 싱가포르의 경우 세계 가전시장 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가운데 노동비용이 상승돼 세계 시장에서 다른 나라 기업과 겨룰만한 유력한 기업을 육성해야 하며 생산성과 연구개발 수준에서도 선진공업국에 뒤져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아시아 각국이 수출회복과 경제의 재활성화를 통해 주춤거리는 정체 국면을 다시 박차고 일어설지 주목되는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 일 본 ▼ 「東京〓李東官특파원」 새해 첫 문을 연 6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지난 93년 3월이후 3년9개월만에 처음으로 한때 달러당 1백17엔을 기록했다. 작년부터 계속된 「엔저(低)」의 연장선 위에서 빚어진 현상이지만 정부 및 시장관계자들은 일본의 경기전망이 어두운 반면 미국의 호경기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을 뒷받침하는 시장 반응이라는 점에서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한때 세계최강으로 불렸던 일본 은행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도산위험을 피하기 위해 구미(歐美) 은행들에 부실채권 발생시 보상해주는 「도산 보험」까지 들기 시작했다. 정부의 과(過)보호 속에서 성장해온 일본 은행들이 거품경제 붕괴로 고전하고 있는 단적인 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작년말 97년도 성장목표인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을 사상 가장 낮은 1.9%로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가 「완만한 자율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민간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껏 1.0∼1.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신문이 최근 전국의 주요기업 1백6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응답자의 52%이상이 「경기회복을 실감하는 것은 98년 이후가 될 것」이란 반응이었다. 올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아 당길 최대의 악재는 소비세 인상. 소비세가 오는 4월부터 현행 3%에서 5%로 인상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과 △예상되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 △기업들의 과잉 자본투자 후유증 △미국의 주가폭락 가능성 등이 겹쳐 자칫 상반기중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다만 기업들의 감량경영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설비투자 의욕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 요인. 따라서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정권이 추진중인 행정 경제 금융 전반의 구조개혁이 본격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일진일퇴의 양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미 국 ▼ 「뉴욕〓李圭敏특파원」 미국 경제는 지난 6년간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록했다. 만일 올해에도 경기가 하강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 나라 경제사에 흔치 않는 7년 연속 호황의 대기록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이 기록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나뉘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보는 부류도 올 경기가 작년만큼 좋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반대로 비관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경제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비록 전망의 방향은 다르더라도 그 차이를 나타내는 각도는 넓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기준) 측면에서 본다면 작년의 2.2% 고성장(미국에서는 2%를 넘으면 고성장으로 간주한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에도 2.0%수준의 성장은 무난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지만 미국의 역대 성적을 감안하면 평균점수는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지난 연말 현재의 5.4%보다 오히려 낮아져 5.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취업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역별 산업부문별로는 인력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물가도 3%안팎의 낮은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임금상승률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약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작년 경제호황 과정에서 팽배해진 과소비분위기로 소비자들의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향후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작년 한해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달러화의 강세 현상은 올해에도 그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수출이 부진해질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이는 대외적인 통상압력이 강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수출부진 등으로 기업의 수익률은 낮아지겠지만 개인부문에서는 경기의 위축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경기가 비록 상승기와 하강기를 순환하게 마련이지만 미국 경제가 최근 몇년 사이 고성장속에서 견실해졌기 때문에 96년 성장의 관성이 올해에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 유 럽 ▼ 「런던〓李進寧특파원」 올해 유럽지역의 경제전망은 실업률만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각종 지표를 통해 볼 때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전망되는 한 해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망한 올해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에서 2.4%로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96년 2.6%에서 2.4%로 약간 줄고 재정적자 증가율도 96년 국내총생산(GDP)의 4.4%에서 3.4%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전망은 올해 약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국가들의 평균실업률이 11% 안팎에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별로 볼 때 각종 경기예측기관들이 내놓은 영국의 경제전망은 상당히 장밋빛이다. 저금리정책과 소득세 감면으로 인한 실질소득증대로 투자와 소비가 늘고 제조업생산도 활기를 띠어 2.8∼3.5%의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실업률도 영국만큼은 예외적으로 올해 6%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가도 2.5∼2.8%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리는 인플레 압력증대로 약간 상승세를, 국제수지도 파운드화의 강세로 작년에 비해 적자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도 전망이 괜찮은 편. 시장개입금리의 인하에 따른 저금리정책의 유지와 이로 인한 투자회복, 독일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증대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2.5∼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련의 민영화바람으로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특히 커질 것이고 가계구매력도 좋아질 것이지만 실업률은 사상최대치인 13%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역시 저금리정책으로 투자와 소비증진이 예상되고 마르크화의 약세로 수출이 호조를 보임으로써 2.1∼2.3%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작년보다 낫다. 그러나 실업률은 10% 내외로 전망된다. 올해 유럽지역의 최대이슈인 유럽통화통합조건 수렴을 위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각국이 정부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업률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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