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아마추어 역학인 문길여씨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金華盛기자」 『인간이 뭐 대단한 것 같아도 가만히 살펴보면 제각기 자기 틀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 죽지요』 보통사람도 역학을 배우면 도가 트이는 걸까. 주부 아마추어 역학인 문길여씨(50). 첫말 부터가 심상치 않다. 수더분하고 편안한 얼굴. 관상이나 사주팔자를 봐준 사람만도 수천명이 넘는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문씨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서 직함도 많다. 서울 강서구 목4동 통장. 동네 친목계 회장. 역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모임인 미래학회 총무 등. 문씨가 생각하는 역학은 「자연의 거대한 통계학」이다. 『역학을 하게되면 인간의 한계랄까 뭐 그런 걸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이해심이 넓어져요. 남편이 술마시고 늦게 들어와도 이해하게 되고 남이 화를 내도 알것 같고…. 사실 그사람 기질이 그런걸 본인인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문씨가 역학을 배우게 된것은 우연한 기회에서 였다. 87년 겨울, 애들이 어느정도 크자 뭔가 배워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은 곳이 동아문화센터 역학강좌. 너무 재미있어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그동안 9년간 읽은 역학관련 책만도 수백권. 문씨는 역학은 한마디로 인간이 순리대로 살아야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하늘의 뜻에따라 겸손하게 살면 타고난 운명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주나 관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씨는 지금도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매순간 깨닫는다고 말한다. 요즘 부정축재로 사회물의를 일으키는 높으신 분들을 보면 그뒤에 「여성들의 욕심」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옷이 너무 화려해요.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보라색이나 검은색 립스틱 유행도 큰일입니다. 입은 밥그릇인데 그곳이 검으면 우리경제가 나빠집니다. 선탠도 마찬가지죠』 문씨의 다소 엉뚱한 요즘 걱정이다. 여성들 입술이 앵두같이 붉어야 나라살림이 불같이 일어 나는데 이것을 모르니 영 답답하다. 실제 문씨는 소박하게 산다. 10만원 넘는 옷을 입어본 기억이 없다. 비싼옷을 입으면 죄 짓는것 같아 영 불안하다. 에피소드 한토막. 어느날 문씨는 남편 이씨(54)에게 『아무래도 당신이 잘 아는 박모씨의 얼굴을 보니 부인이 집 나갈 운세』라고 말했다. 남편은 펄쩍 뛰며 『만약 당신 말이 맞지 않으면 내쫓길줄 알라』고 윽박 질렀다. 그러나 결과는 문씨의 말이 맞았다. 남편 이씨는 그후 제발 밖에 나가서 남의 운명은 입도 벙긋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며 싫지 않게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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