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53)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43〉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겉옷과 베일을 벗은 새로 온 처녀는 세상에서도 흔치 않을 미인이었습니다. 수려한 이마, 얌전한 아미, 예쁜 입술, 어느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젖가슴은 불룩하고 허리는 잘록했으며 몸매는 아주 날씬했습니다. 먼젓번 여자보다 훨씬 더 예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너살 더 젊어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그녀에게는 먼젓번 여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풋풋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처녀 자신도 첫눈에 나한테 반한 것이 그녀는 처음 한동안 넋이 나간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끝내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너무나 기뻐 마음 속으로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 인생은 즐거워라! 인생은 사랑과 환희와 취기로 일렁이는 바다. 욕만 하는 풍자꾼은 낮잠이나 자라, 보름달은 구름 속에서 나와 교교히 빛나고 연둣빛 꽃나무 가지가 좌우로 흔들릴 때, 싱싱한 붉은 장미가 볼을 물들이고 사랑에 병든 수선화가 힘없는 눈물을 흘릴 때, 사랑하는 여자와의 즐거운 상상에 빠질 때는. 나는 음식과 술을 차렸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먹고 마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마음은 그 새로 온 젊은 처녀쪽으로 쏠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랬겠지만 나는 이 새로운 여자에게 음식도 집어주고 술도 따라주는 등 갖은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그녀의 어깨에 다정스레 손을 얹기도 하고, 팔꿈치로 젖가슴을 스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녀는 발그스름하게 뺨을 붉히며 행복한 미소를 짓곤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그녀를 희롱하고 있으려니까 처음의 여자가 말했습니다. 「어때요? 나보다 이 여자가 훨씬 예쁘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처음에 나는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그 젊은 처녀를 희롱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술에 취한 척하면서 그녀를 그러안고 입맞추기도 하고 그 너무나도 보드랍고 매끄러운 다리를 어루만지기도 하였습니다. 처녀는 내가 그렇게 자신을 희롱하는 것이 그다지 싫지 않은 듯 내가 하는대로 내버려두고 있었습니다. 저만치 혼자 떨어져 앉아 있는 처음의 여자는 우리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짓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밤은 깊어갔고 젊은 처녀와 나는 몸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나 처음의 여자가 지키고 앉아 있으니 우리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의 여자가 내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은 오늘밤 이 처녀와 함께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나는 당신의 안사람이지만 이 처녀는 손님이니까 손님 대접을 해드려야지요」 나는 그녀의 이 말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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