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호주제 존폐 논란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 남아선호 풍조의 상징…없어져야 마땅 ▼ 가정의 책임자를 인정하는 법률장치인 호주제.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아들에서 손자로. 대를 이어가자면 아들을 꼭 두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되고 있다. 사실 남녀평등이니 여성상위니 해도 구호만 요란한 수사에 불과하다. 남아선호 사상은 여전히 벽창호처럼 버티고 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도 고리타분한 「아들타령」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가족법이 개정됐다지만 사정이 변한건 없다. 각종 법률도 손질돼 형식적인 성차별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체감지수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호주제의 기본골격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이든 셋째딸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뭐겠는가. 아들 없으면 집안 망한다는 식의 발상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인식케 하는 호주제는 당연히 철폐돼야 한다. 구시대의 인습을 전통으로 포장해 미화해서는 안된다. 이웃 일본과 대만도 벌써 반세기 전에 호주제를 폐지했다. 시대의 변화를 못 느끼는 지독한 불감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유니텔ID·작은나라·이단양) ------------------------------------ ▼ 섣부른 폐지 가정질서만 파괴 우려 ▼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보자. 가정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게 마련이다. 호주제는 이 질서를 유지시키는 법률장치의 하나일 뿐이다. 굳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호주제를 폐지했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럼 구체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상승되는가. 괜스레 혼란만 불러와 가정의 질서를 파괴할 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 더구나 호주제 철폐가 어느날 갑자기 혁명처럼 이뤄내야 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여성들이 가진 괜한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 굳이 속박이라고 생각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남성, 특히 맏아들이 집안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을 실제로 따져 봐도 그렇다. 부모 모시고 제사 지내야지, 동생들 챙겨야지, 할 일이 태산이다. 여성들이 결혼상대로 왜 장남을 꺼리는가. 그만큼 책임이 있다는걸 인정한다는 얘기 아닌가. 사회관습이나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법이 현실을 도외시할 수 있겠는가. 법은 사회변화에 따라 서서히 바뀌어가게 마련이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호주제의 무조건 철폐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유니텔ID·개인주의·조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