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70대노인 북한妻에 돈 보냈다고 입건…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저 쩍쩍 갈라지는 강바닥/그래서 이슬 한 방울을/단 한 방울 찬 비에 목이 메인다고 한들/이 한 잎 피눈물의/갈라짐만 하겠는가…어머니/오늘도 잔돌뿌리에 자빠진/이 못난 자식은/휴전선 넘나드는 한숨이 되어/한없이 한 없이 부르트고 있습니다」. 실향민인 통일문제연구소장 白基玩(백기완)씨가 지난달 펴낸 시집 「아, 나에게도」에 수록된 「못난 자식」이라는 시의 구절들이다 ▼백씨는 이 시집을 51년전 단신 월남하면서 북한에서 헤어진, 생존해 있으면 올해 98세인 어머니와 네살 손위인 누이에게 판문점을 통해 전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통일원에 북한 주민 접촉승인을 냈다가 「북한 가족의 정확한 생사 및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현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불가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회신을 받은 백씨는 분단상황이 너무 처참하다고 탄식했다 ▼80년대들어 미국 캐나다 등 해외거주 동포들이 제삼국을 거쳐 북한을 드나들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북한동포들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안부와 생사를 알게 되고 편지를 주고 받고 더 나아가 돈과 물품을 전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 정도만 해도 실향민들에게 얼마나 감격적인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을 가르고 있는 휴전선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처와 자식에게 돈과 약품을 보내주고 편지를 주고 받은 76세의 실향민 노인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는 보도다. 남한에도 처와 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이 노인은 북한 가족의 생존소식을 듣고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눈물겨운 인간적인 고백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을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비애라고만 할 것인지 법의 온정을 기대하며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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