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가족 기자회견]어린이 재롱에 회견장 『활짝』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귀순자 金慶鎬(김경호)씨 일가의 17일 기자회견에는 김씨의 손자 손녀들 5명이 함께 참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김일성 김정일부자 우상화 노래를 불러 보였다. 9세의 외손자 박현철군(3녀 명숙씨의 아들)은 의젓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으나 3세부터 6세까지의 손자 손녀들은 회견도중 마이크를 만지작거리거나 회견장을 뛰어다니며 놀기도 했다. 어른들이 회견장 분위기에 눌린듯 위축된 표정이었던데 비해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했다. ○…기자들이 북한에서 배운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노래를 불러보라고 주문하자 김충진군(6·차녀 명실씨의 아들)은 「김일성 찬양가」를 또렷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어 박봄양(5·명숙씨의 딸)은 「따사로운 품속에 안아주시니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는 내용의 김일성 부자 찬양가를 또랑또랑하게 불렀고 김금혁군(3·장남 금철씨의 아들)은 김정일 생일에 맞춰 김일성이 지어줬다는 축시를 줄줄이 암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답변이나 노래를 하지 않는 동안에는 손에 들고 나온 모형비행기 등 서울에 온뒤에 선물로 받은 장난감들을 만지작거리거나 회견장 주위를 거리낌없이 돌아다녔다. ○…일가족 탈출을 기획하고 지휘했던 김경호씨의 부인 최현실씨는 인민학교 5년 중퇴 학력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종 차분하고 논리적인 어조로 답변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씨는 막힘없이 얘기하다가도 지난 7월 연변에서 48년만에 어머니를 만난 대목 등에서는 말을 멈추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휠체어 없이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회견장에 들어선 김경호씨는 중풍으로 인한 언어장애로 회견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미소를 지으면서 가족들의 답변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동반탈북자 17명중 임신 8개월째인 김경호씨의 4녀 명순씨(28)가 유일하게 불참했다. ○…1시간반동안 진행된 회견이 끝나자 김경호씨 일가족은 회견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 친지 친구들과 껴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회견장에서는 지난 9일 공항에서 동생을 잠깐 만났던 김씨의 큰형 慶太(경태·70·서울거주)씨를 비롯, 전날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최현실씨의 친정어머니 최정순씨(76)와 여동생 현화(43) 현희(41) 현수씨(39) 및 김씨의 고향친구 등 15명이 회견을 지켜본 뒤 꽃다발을 건네며 포옹했다. 김씨 일가는 『고생 많았다. 잘 살아보자』는 가족 친지들의 말에 『고맙다』는 말을 계속했다. 〈李明宰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