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9〉
엄지 손가락과 엄지 발가락이 없는 젊은이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한달 이상을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마침내 상인들의 빚독촉은 빗발치듯 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 저는 재산 전부를 경매에 부쳤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여자한테 눈이 팔려 파산지경에 이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즈음이었습니다. 제가 수심에 잠긴 얼굴을 하고 가게에 앉아 있으려니까, 문득 그 여자가 나타나 시장 어귀에서 당나귀를 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곧장 저에게로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근심걱정도 일시에 사라지고 여태까지 저를 괴롭혔던 시름도 순식간에 깨끗이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자는 저에게로 다가오더니 그 영롱한 목소리와 상냥한 말씨로 인사를 하고는 말했습니다.
「환전꾼을 데리고 오세요」
그래서 저는 환전꾼을 불러왔고 여자는 물건 대금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돈을 저에게 지불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곁에 앉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서 당장에 죽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독신인가요, 아니면 결혼을 하셨나요?」
여자는 마침내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니요, 저는 여태 여자를 모릅니다」
이렇게 말하며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저만치 가게 구석에 혼자 서 있는 내시에게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금화 서너 닢을 내밀며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물론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라는 걸 압니다. 그러면서도 감히 부탁을 드립니다. 저 여자분과 저 사이에 혼인을 성사시켜 주십시오. 정말이지 저는 미쳐버릴 것만 같답니다」
그러자 내시는 씽긋 웃으며 저에게 귀띔했습니다.
「저분은 말이요, 당신 이상으로 당신에게 반했답니다. 당신한테 산 물건도 굳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산 것이랍니다」
내시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저같이 가난한 상인이 감히 그런 높은 신분의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한 저의 말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저를 놀리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시는 계속해서 속삭였습니다.
「무슨 소원이든 저분한테 말해보시오. 싫다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가 이렇게 말했을 때서야 저는 용기를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로 돌아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당신은 알고 계세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말았답니다. 제대로 잠도 잘 수가 없고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답니다. 머리 속에는 오직 당신 생각뿐이랍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물론 온당치 못하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제 마음의 불길을 저 자신도 어쩔 수가 없답니다」
일단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고 난 저는 걷잡을 수 없이 말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던지 저 자신마저도 기억하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글: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