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족 취업문 넓혀야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연변조선족 취업사기가 가능했던 큰 원인의 하나는 한국내 취업기회가 적다는데 있다. 중국 연변자치주의 조선족에게 한국은 매력있는 노동시장이다. 중국내 임금수준보다 20배나 많은 소득에다 언어나 풍습 등이 같아 적응하기 쉽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때문에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희망자 수에 비해 합법적인 취업기회가 적어 취업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 취업희망자의 취업알선창구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취업사기가 끼여들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조선족 취업희망자의 송출업무는 중국내 10여개 사설송출회사가 맡고 있으며 송출의뢰와 한국내 관리는 국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그러나 기협(企協)이 모집하는 조선족 근로자는 중소제조업체에만 취업이 가능한 산업연수생에 국한되어 있다. 그때문에 건설업이나 서비스업 등에는 초청 방문형태로 입국해 불법취업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이른바 3D현상이 확산되면서 많은 외국근로자가 들어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가운데 약 0.8%인 16만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이 가운데 조선족은 불법취업자를 합쳐 4만명 정도로 추계되고 있다. 연변의 취업희망자에 비하면 의외로 적은 숫자다. 조선족 근로자는 매우 유용한 인력이다. 언어와 정서 등이 같아 관리가 쉽고 부지런해 작업능력면에서도 다른 외국근로자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어차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할 처지라면 조선족 근로자를 보다 많이 고용하는 것이 생산효율성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더구나 연변 조선족은 그곳에 이주한지 오래되지 않는 동족이다. 연변 조선족이 잘 살면 우리도 기쁜 일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인에 대해 친근감을 높이고 자유와 시장경제를 익히고 돌아가 든든한 계층을 형성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적통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선전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현단계에서 사기피해를 국민모금으로 보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사후(事後)구제책에 지나지 않는다. 합법적인 취업직종을 건설, 연근해어업 등 실제 인력난이 있는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외국근로자보다 조선족에게 취업우선권을 주는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모집 송출 인수 관리 등에 걸쳐 취업창구를 체계있게 정비하되 정부가 총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취업과정을 투명하고 공신력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 고의적인 임금체불이나 부당대우 등 고용업체의 횡포도 이번 기회에 함께 다스려야 한다. 한국인에 의한 조선족피해 파문을 하루빨리 가라앉힌 뒤 피해보상과 함께 취업기회를 넓혀주는 길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상반기중 조선족 1천여명을 추가로 입국시키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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