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석에 앉은 거지」. 1890년대 초 페루에 와 15년을 머물면서 전국을 샅샅이 살폈던 이탈리아의 석학 안토니오 라이몬디가 페루인을 표현한 말이다.
페루는 면적이 한반도의 5.8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을 가진 나라다.
기후도 해안 산악 밀림지역에 따라 기온의 차이가 심하기는 하지만 연평균 섭씨 18도를 유지해 농사짓기에 알맞은 땅이다.
땅덩어리가 쓸모없이 크기만 한 것도 아니다. 자원부국이라 할만큼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은의 매장량이 세계 2위인데다 납 5위, 아연 6위, 구리 6위 등이다. 원유는 가채매장량 3억배럴에다 육상 해상 유전의 1일 산유량만 해도 13만배럴 규모에 이른다.
또한 페루 연안은 독특한 해양생태학적 특성으로 멸치 정어리류 등 7백∼8백여종의 어류가 풍부히 서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페루는 세계 1위의 어분 및 어류 생산국의 위치를 자랑한다.
이처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루인들 스스로는 한결같이 무능 부패한 정권과 선진국의 자원수탈을 그 이유로 꼽는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국민들이 게으르고 나태해 일하기를 싫어하는 측면도 무시하지 못할 법도 한데 그것을 이유로 드는 페루인들은 그리 많지않다.
얼마전 한국인 가족 몇몇이 모여 바다낚시를 간 적이 있다. 해안에서 1㎞쯤 떨어진 곳에서 낚시를 했는데 잠깐 동안에 한사람이 열대여섯 마리씩 낚아 올렸다. 낚시도구래야 카톤 종이를 둘둘 말아서 낚싯줄을 감고 낚싯줄 끝에 추와 바늘 두개씩 매단 것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페루 해안의 풍부한 물고기 덕분에 짧은 시간의 낚시에도 매운탕거리가 푸짐했던 기억이 새롭다.
박 충 순 (리마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