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28)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8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8〉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물건 값을 받으러 나갔습니다. 일을 끝낸 뒤에는 곧 되돌아와 구운 새끼 양고기며 과자 따위를 바구니 가득히 담아가지고는 짐꾼을 시켜 그 여자 집에 전해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기분좋은 낮잠을 잤습니다. 저녁 때가 되자 나는 손수건에 오십 디나르의 금화를 싸 들고는 나갔습니다. 경마잡이는 이미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당나귀를 타고 여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대리석 바닥은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고, 놋쇠는 잘 닦아져서 번쩍거리고 있었고, 촛대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식탁에는 가득히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술은 걸러져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여 나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나를 보자 그녀는 내 목에 매달리며 외쳤습니다. 「오, 마침내 당신이 오셨군요! 당신이 안계시는 동안 저는 얼마나 쓸쓸했던지 몰라요. 저는 어쩌면 좋죠, 당신이 곁에 없으면 견딜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그리고는 나를 식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우리는 마주 앉아 미소를 주고 받으며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노예계집들이 와 식탁을 물리고 술상을 차렸습니다. 우리는 잔을 주고 받으며 밤이 깊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술이 돌아 몸이 풀리자 그녀는 다시 나를 잠자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어젯밤과는 달리 오늘 밤에는 내가 그녀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날밤에도 나는 무수히 그녀를 공략하다가 새벽이 가까워올 무렵에서야 잠들었습니다. 그녀도 내 품에 안긴 채 쌔근쌔근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밀려들 때 나는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나는 오십 디나르의 금화가 든 손수건을 놓아두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아침과는 달리 그날 아침 나는 그것을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침대 위에다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 밖에는 경마잡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곧 나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날도 오전 중에는 잠시 물건 값을 받으러 시장에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소스를 친 한 쌍의 거위를 얹고 후추를 섞은 밥 두 접시와 코르카시야 뿌리를 기름에 튀겨 꿀을 바른 요리, 그리고 초 과일 채소절임 호두 편도 그밖에도 향기로운 꽃들을 사서 바구니 가득 담은 뒤 그 여자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낮잠을 자고 해가 질 무렵에서야 집을 나왔습니다. 물론 그때도 오십 디나르의 금화를 싼 손수건을 들고 말입니다. 다시 당나귀를 타고 그 여자 집을 찾아갔고, 다시 먹고 마시고 하다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젊음의 쾌락을 한껏 맛보다가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나는 또 돈을 싼 손수건을 여자에게 주고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돈을 싼 손수건을 침상 위에 던져두는 것을 그녀도 보았지만 그녀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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