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北-美 「헌지커 석방外交」갸우뚱

  • 입력 1996년 11월 26일 20시 02분


간첩혐의로 북한당국에 체포됐다가 약3개월만에 풀려나는 미국인 에번 헌지커 사건은 상식을 벗어난 사람이 저지른 사건이지만 北―美(북―미)의 외교적 낌새는 심상치 않다. 무슨 오기였는지 압록강을 헤엄쳐 북한에 들어간 그를 빼내려고 미국은 군용기까지 동원, 하원 중진의원을 평양에 보냈다. 그 기회에 무슨 깊숙한 얘기가 오간지도 모를 일이다 ▼헌지커라는 청년의 신상명세를 보면 그가 한국의 간첩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억지인 것으로 드러난다. 6.25때 종군한 미군과 한국인 여인사이에 태어난 그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앵커리지에 혼자 사는 어머니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년전 서울에 와 한국여자와 결혼했다가 곧 이혼했다. 미국의 북서부해안에서 어부로 일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알래스카 법원으로 부터 1백일간의 구류처분을 받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그를 체포한 것은 지난 8월24일이었다. 한국말도 서너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를 한국의 간첩이라며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10월6일. 북한이 간첩침투사건으로 한창 궁지에 몰리던 때였다. 당시 헌지커 아버지는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걔가 간첩이라니 웃기는군. 북한은 두살배기 어린이도 미국인이라면 간첩이라고 덮어씌우는 모양이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을 미국과의 협상감으로 교묘히 활용, 하원의원을 평양에 오게 해 놓고는 4자회담이니 경수로문제니 하는 현안을 꺼내 놓은 것은 아닌가. 무슨 일 때문인지 그 의원의 평양 체류일정이 하루 연기됐다. 헌지커 석방대가로 5천달러를 챙긴 북한의 태도도 묘하지만 그 이면의 외교 뒷골목에서는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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