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19)

  • 입력 1996년 11월 20일 20시 3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 젊은이는 그런데 그 후 한 달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더니, 꼭 한 달이 지났을 때서야 저를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그 돈은 어떻게 되었소?』 저는 젊은이에게 인사를 하고나서 말했습니다. 『저의 집에 들르셔서 무얼 좀 드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젊은이는 저의 청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과 목소리가 되어 말했습니다. 『돈을 마련해 두시오. 곧 돌아와서 받아갈 테니』 그리고는 돌아가버렸으므로 저는 돈을 마련해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동안이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꼬박 한 달이 지난 뒤에서야 다시 나타난 젊은이는 물었습니다. 『돈은 어떻게 되었소?』 저는 그에게 인사하고는 말했습니다. 『저의 집에 들르셔서 뭘 좀 드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젊은이는 저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돈을 마련해 두구료. 곧 돌아와서 받아갈 테니』 그리고는 다시 돌아가버렸습니다. 저는 돈을 마련해 가지고 기다렸습니다만 젊은이는 좀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황당한 기분이 되어 혼자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배짱이 두둑해도 유분수지, 증서 한 장 없이 그 큰 돈을 맡겨놓고도 도무지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젊은이는 그 뒤 석 달이 지난 뒤에서야 나타났습니다. 그는 멋진 암탕나귀를 타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나타났는데 그때 그의 모습은 만월과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볼은 장밋빛으로, 이마는 수련화처럼 희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의 그 티 하나 없는 아름다움은 정말이지 전능하신 신의 손길이 아니고는 이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를 보자 저는 일어나 그를 맞이하고 신의 축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도련님. 돈을 가져가지 않으시렵니까?』 그러나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뭐, 급할 건 없소. 볼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구료. 일이 끝나면 와서 받아가리다』 이렇게 말하고 젊은이는 다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가 돌아가자 제 가슴의 영혼마저 함께 빠져나가는 것만 같이 서운했습니다. 『복음서에 맹세코, 다음 번에 다시 나타나면 반드시 손님으로 초대하리라. 나는 그분의 돈으로 장사를 하여 상당히 벌었으니 어떤 보답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돼』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하며 그가 돌아오기를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좀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해도 저물어 갈 무렵에서야 젊은이는 전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고 다시 가게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복음서에 맹세코, 반드시 저의 집에 들러 식사를 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젊은이도 어쩔 수 없었던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저를 위해 쓰는 일체의 비용은 당신에게 맡겨 둔 나의 돈에서 제하도록 하십시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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