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락사무소 폐쇄,「잠수함」수렁 벗어나려는 심리전

입력 1996-11-20 09:06수정 2009-09-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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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哲기자」 북한의 판문점 북측연락사무소 잠정폐쇄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점검하는데 긴요한 의미를 갖는 조치다. 잠수함침투사건 이후 대남보복위협을 거듭해온 북한이 취한 첫 구체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현재 직통전화 시험통화 외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남북한을 잇는 유일한 대화창구라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우선 당국자간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또 한가지 최근 北―美접촉에서 북한이 보여온 유화적 태도와 외견상 크게 배치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측은 최근 미국측에 잠수함사건에 대한 유감표명 의사를 밝히는 한편 무장간첩들의 송환을 요구하며 군사정전위 비서장급회의에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韓美 양국도 북한측이 납득할 만한 입장을 표명할 경우 잠수함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양동(陽動)작전」을 펴고 나섰기 때문에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잠수함사건의 조기종결을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며 이같은 두가지 전술은 하나의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발표에서 남북한간 합의사항을 전면 거부하지 않고 「잠정폐쇄」를 들고나온 점을 근거로 든다. 당국자들이 보는 북한의 심리전은 크게 두갈래다. 한갈래는 대미심리전이라는 시각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미군유해발굴협상 재개 △미사일회담 제의 △헌지커 석방교섭 등 끊임없이 「추파」를 보낸데 이어 최근에는 공동설명회 참여 및 잠수함사건에 대한 유감표명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북한의 심리전은 미국이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의 방북을 재추진함으로써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평가다. 또 한갈래는 한반도정세를 최악의 분위기로 몰고가 한국정부의 대북 초강경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미국 및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다. 「연락사무소 잠정폐쇄의 책임이 남조선당국의 남북폐쇄정책에 있다」는 주장에서 이같은 의도는 쉽게 드러난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긴장고조를 통해 「중재자」인 미국이 잠수함사건을 조기해결토록 함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에서 취해졌다는 게 당국의 종합적인 판단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측에 대해 사과의 강도를 더 높이도록 하는 것보다 한국정부에 「유감표명」으로 만족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아울러 북한은 이같은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잠수함침투사건과 관련, 한미간 공조체제에 틈새가 생길 수 있게 하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金泳三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의도가 얼마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우선 한국정부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게 분명한데다 미국도 한미 공조체제가 깨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북한을 배려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오는 24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잠수함사건과 관련, 어떻게 의견 조율을 할지 주목된다. 그 결과에 따라 잠수함사건이 조기종결되느냐, 긴장국면이 계속되느냐의 윤곽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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