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리]승객들,노선-배차-서비스 『총체적 불만』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30분


마구잡이로 돈을 빼돌리고 적자라고 엄살을 부려온 버스업체 업주와 이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서울시공무원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31일. 이날도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다 지쳐버렸다. 이날 오전 10시반경 신촌 세브란스병원앞. 일산 집으로 가기위해 77―3번 좌석버스를 40분 넘게 기다리던 朴炳乾씨(73)는 『한달반전부터 안과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항상 이렇게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린다』면서 『일산까지 보통 30∼40분이 걸리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서야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1시15분경 청량리역앞에서 6―1번 버스를 기다리던 尹英姬씨(62·주부)는 12시반부터 한시간 동안 3대의 버스를 놓쳐버렸다. 버스가 승객을 내려주자마자 바로 떠나버렸기 때문. 잦은 노선변경도 서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丁柱光씨(55·서점운영)는 『하루는 종로쪽으로 가려고 자주 이용하는 버스를 탔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에 물어보니 노선이 바뀌었다고 해 낭패를 보았다』고 말했다. 朴東民씨(23·홍익대 전자공학과 4년)는 『분명히 버스안내표지판에 버스번호가 적혀 있어 30분 이상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 물어보았더니 노선이 폐지되었다고 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몇달 전에는 서대문구 홍은동 문화촌∼동대문구 장위동을 운행하는 161번 버스노선이 갑자기 폐지되자 주민들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돌려달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요금을 올리기만 할 뿐 제자리걸음인 서비스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할 말이 많았다. 鄭丞植군(19)은 『일반버스요금의 두배를 받는 좌석버스는 「입석버스」가 돼버렸다』면서 『대부분의 버스운전사들이 급출발 급정차하는 바람에 한번 버스를 탔다 내리면 온몸이 뻐근하다』고 말했다. 불친절한 버스운전사도 적지 않다. 崔容順씨(37·회사원)는 『몇달전에 잘 아는 사람이 버스를 타고 토큰을 내는 순간 문도 닫지 않고 차가 출발해 머리를 문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지금도 통원치료중』이라고 말했다. 朴壽一씨(62·상업)는 『현금을 내고 탈 때는 4백10원을 내야 하는데 어떤 운전기사는 잔돈은 거슬러 주지도 않으면서 10원은 꼭 받으려고 한다』고 흥분했다. 시민들은 부당하게 올린 요금은 돌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金萬德씨(65)는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버스업주들이 사리사욕을 채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면서 『버스요금을 내려 부당하게 인상한 것은 반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李明宰·韓正珍·申致泳·夫亨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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