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00)

  • 입력 1996년 10월 30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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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철없는 사랑〈39〉 교주가 밖으로 나오는 걸 보고 대신은 교주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잘 됐습니까?』 『응, 잘 됐어. 그런데 고기를 튀겨 오라고 하대』 『호, 고얀 것들 같으니라고! 그럼 임금님, 이리 주십시오. 제가 튀겨오겠습니다』 그러자 교주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냐, 선조의 권위에 걸고 맹세커니와, 아무한테도 시키지 않겠어. 내 손으로 직접 튀겨 보겠어!』 이렇게 말하고 교주는 정원지기 집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뒤져냈다. 소금과 사프란, 야생 마요라, 그밖의 것들을 준비한 뒤 화덕 위에 프라이팬을 걸었다. 그리고는 아주 훌륭히 생선을 튀겨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그는 왠지 모를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그 일이 끝나자 바나나 잎사귀에 튀긴 생선을 얹어가지고 나왔다. 누각으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바람에 떨어진 라임이나 레몬 등의 과일을 모아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각으로 가 요리를 펼쳐놓자 그 멋진 요리를 보고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젊은이도 여자도 이브라힘 노인도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교주는 자신이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그 아름다운 두 젊은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여간 즐겁지가 않았다. 요리를 다 먹고 나서 손을 씻은 뒤 누르 알 딘은 교주에게 말했다. 『여보, 어부! 오늘 밤에는 정말이지 훌륭한 대접을 받았소』 그리고는 거간꾼에게 받은 지갑에서 디나르 금화 세 닢을 꺼내어 들고 말했다. 『어부양반,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부디 받아주구려. 내가 이런 처지가 되기 전에 진작 우리가 만났더라면, 알라께 맹세커니와, 당신의 가난을 깨끗이 씻어드렸을 것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구려. 이것이 내가 표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니 뿌리치지 말고 받아주구려』 이렇게 말하고 교주 앞에 금화를 던져주었다. 교주는 그것을 주워 입맞추고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이렇게 큰 돈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관대하신 당신에게 저는 또 하나 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말해보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여자 분의 노래를 한 곡만 들려줄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누르 알 딘이 아니스 알 쟈리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스 알 쟈리스, 이 어부를 위하여 노래 한 곡을 불러줄 수 있겠어? 몹시 듣고 싶은 모양이야』 『그렇게 하지요』 아니스 알 쟈리스는 이렇게 말하고 류트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줄을 고르면서 나사를 죄어 음을 맞춘 다음 이런 노래를 불렀다. 어린 사슴 같은 처녀가 류트를 잡고 노래부르면, 피는 끓고 마음은 춤을 추네. 귀머거리조차도 귀를 기울인다네, 얼씨구! 절씨구! 벙어리조차도 따라부르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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