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세계최강 확인…96국제기전 사상 첫 4관왕

  • 입력 1996년 10월 18일 22시 09분


「金學辰기자」 李昌鎬국수가 18일 세계바둑최강결정전에서 우승함으로써 다시 한번 「세계가 李昌鎬를 뒤쫓는 시대」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세계바둑계를 주도하는 韓中日 3국의 정상들이 맞붙어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처였다. 세 나라의 대표적 신문인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인민일보 가 주최하는 기전에서 우승한 한국의 李국수,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명 인 중국의 馬曉春(마효춘)명인, 3명이 세계 최강을 결판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회규모로도 우승상금 1억원, 준우승 6천만원, 3위 4천만원으로 꼴찌를 하더라도 웬만한 국내 기전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거금을 챙길 정도로 「빅카드」였다. 李국수는 이번 대회에 우승함으로써 올해 벌어진 국제 대회를 모두 휩쓰는 사상 초유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2월 동양증권배에서 馬명인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것을 비롯, 아시아TV바 둑선수권전(5월) 후지쓰배(8월) 등 4관왕에 등극한 것이다. 단체전인 진로배에서도 혼자 3승을 올려 한국이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재 진행중인 LG배세계기왕전과 삼성화재배에서도 4강과 8강에 각각 올라 있다. 국제대회에서 단 한차례 좌절이 있었다면 응씨배에서 劉昌赫9단에게 패배를 당한 것 (응씨배 결승은 내년초). 지난해 馬명인이 동양증권배와 후지쓰배 2관왕에 오르면서 「타도한국」을 외친 것에 비하면 그야 말로 통쾌한 설욕이다. 李국수는 지난 몇년간 국내 타이틀을 휩쓸다시피 하면서도 유독 국제대회에 약해 「李국수는 해외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올들어 이런 세평을 말끔히 씻었다. 李국수를 보면 무조건 타이틀만 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페이스조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초 국내기전에서 曺薰鉉9단과 劉9단에게 패왕전 BC카드배 KBS바둑왕전을 잇따 라 빼앗겨 한때 『슬럼프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으나 곧이어 劉9단으로부터 왕위 타이틀을 되찾아 「빅타이틀」에 주력하는 인상을 풍겼다. 또 명인전에서는 또래인 崔明勳5단의 거센 도전을 받았으나 최종전에서 불계로 따돌렸다. 李국수는 최근 공익요원으로 입영훈련을 받으면서 기풍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상대편에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끝없이 기다리는 「강태공」바둑에서 상대가 허점 을 보이면 머뭇거리지 않고 공격해서 대마를 포획해 끝장내 버리는 「돌격형」으로 바뀌었다는 것. 신산(神算)이라 불리는 끝내기 뿐 아니라 공격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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