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개인위주 생활풍토 삭막한 세상 만든다

  • 입력 1996년 10월 18일 09시 01분


오랜 외국생활에서 돌아온 친구가 술 한잔을 마시더니 분통을 터뜨렸다. 난폭운전 자에게 잘못 눈길을 주었다간 얻어맞기 십상이고 식당의 엉터리 서비스를 항의하면 더 나쁜 음식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이를 들먹이면 『내 나이 네가 먹었냐』고 윽박 지르다 주먹을 내지르고 경찰에 그런 사연을 호소했더니 『시비를 건 당신도 잘못』 이라며 오히려 꾸지람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회 규범이 무너졌다는 얘기였다. ▼친구는 미국의 한 주차장에서 겪은 일을 얘기했다. 별로 차가 없기에 주차선을 가로질러 요금계산소에 도착했더니 뒤따라온 노인이 항의했다고 한다. 『나는 진행 신호를 지켜 계산소로 나왔으나 이 동양인은 법규를 위반한 탓에 일찍 계산소에 도 착했다. 이것이 공정한가』 계산원은 군말없이 친구를 뒤로 밀어내고 노인의 요금부 터 받은 뒤 친구를 나무랐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지켜야 할 법과 도덕이 있습 니다』 ▼최근 10대 폭주족들이 난폭운전에 항의하던 행인을 벽돌로 살해하고 달아났다. 한 40대 버스운전사는 팔순노인이 뒷문으로 탔다는 이유만으로 폭행한 어이없는 일 도 일어났다. 또 불륜을 눈치챈 남편을 청부살해하고 현장에서 천연덕스럽게 살인범 에게 돈을 건넨 30대 여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사회가 규범이나 최소한의 예의, 그리고 위아래도 없이 온통 막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공정하지 못한 것은 잡아내고 나무랄 수 있는 미국의 노 인과 주차계산원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엔 없지 않느냐고 친구는 지적했다. 「외 출하는 아내의 행선지를 묻는 남편은 팔불출」이란 식의 세태풍자 코미디가 시사하 듯 가족 간에도 간섭치않고 멋대로 자기위주로만 살아가는 풍토가 막가는 세상을 만 드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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