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간판’ 장준, 금빛 발차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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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58kg급 결승서 마디 2-0 꺾어
한 라운드도 안 내주고 퍼펙트 우승

장준(오른쪽)이 25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이원재 국가대표팀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항저우=뉴스1
장준(오른쪽)이 25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이원재 국가대표팀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항저우=뉴스1
한국 태권도 간판 장준(23·한국가스공사)은 좀처럼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확정한 순간에는 주먹을 쥔 채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만큼 승부가 극적이었다.

장준은 25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마디 하지무사에이나푸티(21·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4, 4-4·우세승)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장준은 이날 상대에게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은 채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에서도 1세트를 따냈지만 2라운드 때는 종료 4초 전까지 1-3으로 끌려갔다. 이 순간 장준의 내려차기가 상대 머리를 때렸다. 경기 진행을 맡은 리정옌 심판은 공격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장준이 바닥에 넘어졌다면서 감점 1점 판정을 내려 1-4가 됐다.

이때 벤치에 있던 이원재 코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결국 장준이 공격에 성공한 것으로 인정받으면서 4-4 동점이 됐다. 2라운드는 결국 4-4 동점으로 끝났다. 동점으로 라운드가 끝날 때는 누가 더 ‘큰 공격’을 성공했는지에 따라 승자를 가린다. 장준의 머리 공격(3점)이 이란 선수의 몸통 공격(2점)보다 배점이 높아 2라운드는 결국 장준의 우세승으로 마무리됐다. 장준이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퍼펙트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충남 홍성고 3학년이던 2018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장준은 그해 5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5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그러면서 얻은 별명이 ‘슈퍼 루키’였다. 장준은 이번에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태권도 대표팀 ‘에이스’가 됐다.

장준이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 태권도 선수 가운데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건 문대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뿐이다. 장준은 2021년 도쿄 대회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지만 준결승에서 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 게 결국 패인이 됐다.

도쿄 올림픽 때는 장준뿐 아니라 한국 태권도 선수 그 누구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 대회 때도 한국 겨루기 대표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일정을 소화한 장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종주국’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장준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가 스타트를 잘 끊어야 동료들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었다.


항저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태권도 간판#장준#금빛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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