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적수로 만난 남북, 항저우AG서 두 차례 맞대결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4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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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이틀째, 두 차례 남북대결서 1대1 동률
임애지, 전날 개회식 北 기수 방철미와 결투
유도 안바울, 16강서 리금성과 남북 첫 대결

하루에만 남북 대결이 두 차례나 펼쳐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한은 링에서 글러브를 맞대고, 매트 위에서 도복을 맞잡았다.

남북한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린 뒤 5년 만에 국제 대회에서 적수로 만났다.

24일 중국 항저우 항저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복싱 50~54㎏급 1회전에서 임애지(24·화순군청)는 북한 방철미와 주먹을 맞댔다. 해당 경기는 남북한 맞대결의 2차전이었다.

북한 여자 복싱 간판 방철미가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경기 1시간께 전에 카메라를 든 북한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도착한 뒤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상의하더니 대회 관계자 인솔을 따라 경기장 취재석으로 향했다.

남자 최철민도 일본 아키야마 유타와 대결하기로 돼 있었지만, 방철미의 사진을 담으러 온 것처럼 보였다. 방철미는 북한에서 2018년, 2021~2022년 10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유명 인사다. 전날에는 개회식 기수로도 나섰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북한 응원단 10명이 앉아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앞 경기가 시작하자 진지하게 경기를 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명은 카메라를 들어 앞선 경기 영상을 내내 촬영했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보던 응원단은 북한 경기가 시작할 때가 되자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방철미가 입장하자, 응원단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쳤다. 임애지가 입장하자 박수를 멈춘 이들은 멀지 않은 자리 한국 응원단이 환호하며 태극기를 흔들자 한국 응원단을 쳐다보며 대화를 나눴다.

심판이 경기를 개시하자 북한 응원석은 “잘한다”라며 구호를 연신 외쳐댔고,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국 응원단이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북한 응원단은 “잘한다”고 구호를 쉴 새 없이 내뱉었다.

응원 수위는 높아졌고 고위급으로 보이는 북측 두 명은 경기를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 3라운드 승부 끝에 방철미가 5-0 판정을 받아 웃었다.

경기 뒤 임애지는 “체력적으로 많이 연습해야할 것 같다고 느꼈다”며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방철미는 경기 뒤 믹스드존에서 임애지가 인터뷰하는 사이 그 뒤로 재빨리 뛰어서 지나갔다.

취재진이 말을 걸자, 방철미는 “트레이닝, 트레이닝”이라며 허공에 주먹을 구르며 빠져나갔다. 북한 코치는 “다음 경기 보러 가야 한다”며 이를 재촉했다.

앞서 이날 안바울은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유도 66㎏급 16강에서 북한 리금성과 마주 섰다.

전날 개막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남북 맞대결이었다.

이날 북한 관계자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빨간 티셔츠를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 9명은 관중석에 나란히 앉았다. 커다란 인공기를 펼쳐 들고, 하얀 응원봉을 흔들려 북한 선수를 응원했다.

북한 채광진이 32강전에서 승리하자 응원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한국 안바울과 북한 리금성이 벌이는 이번 대회 첫 남북 맞대결이 연장 접전으로 흐르자, 북한 응원단은 “리금성, 리금성”을 연호하며 리금성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리금성은 안바울을 넘어서지 못했고, 안바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안바울과 리금성은 짧은 악수를 나누고 돌아섰다.

경기 후 안바울은 대회 첫 남북 대결을 놓고 “신경 쓰지 않고 경기하려고 했다. 어느 나라 선수와 붙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금성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항저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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