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잇단 부상에 악몽 같은 시즌
5년차 최고액 연봉, 거의 반토막 나
‘말보다 행동’ 매일 오전 6시 ‘조출’
동료들 “이런 모습 처음… 큰일 낼듯”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강백호(KT)가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강백호는 미국 전지훈련 기간 3차례 연습경기에서 홈런 2개를 날렸다. 투손=뉴스1
“(강)백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올해는 정말 뭔가 큰일을 낼 거 같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전지훈련 중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KT 선수단 사이에 이런 말이 자주 오간다. 강백호(24·KT)가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예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신인이던 2018년 홈런 29개를 치며 혜성처럼 등장한 강백호는 이후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엔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지난해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잇단 부상으로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6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타격 폼이 무너지며 타율 0.245, 6홈런에 그쳤다. 5년 차 최고액이던 연봉 5억5000만 원이 올해 2억9000만 원으로 깎였다. 연봉 협상이 늦어지며 팀 전지훈련에도 며칠 늦게 합류했다.
절치부심한 강백호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매일 오전 6시에 소속팀 선배 박병호(37)와 함께 남들보다 일찍 훈련장에 나왔다. WBC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15일 이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1년 선배 이정후(25·키움)와 함께 조기 출근 멤버로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강백호는 현재 WBC 대표팀 타자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24일 투손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T와의 연습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회 손동현을 상대로 큼직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우측 담장 뒤 불펜을 넘어 도로까지 날아가는 초대형 홈런이었다. 강백호는 6회에도 중전 안타를 때리는 등 6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올해 첫 실전이던 17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를 쳤고, 20일 KIA전에서도 5타수 2안타를 때렸다.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타율 0.400(15타수 6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당초 이번 대표팀에서 주전 1루수 박병호의 뒤를 받치는 백업 1루수나 대타로 기용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다’는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지론에 따라 활용 폭이 커질 전망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경기에서 지고 있는데 더그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강백호는 “(올림픽 때)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준비 중이다. 남은 훈련 기간 준비를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훈련을 현장에서 지켜본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단연 강백호가 눈에 띈다. 타자 들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 역시 “함께 훈련하면서 백호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선배인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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