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K리그, 우리에게 돌아온 ‘찐’ 시즌[남장현의 풋볼 빅이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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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갓 열렸었던 그 때를 기억한다.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무서운 놈’이 찾아왔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으니 참 끔찍한 전염병이었다. 요즘 세상에 ‘돌림병‘, ‘역병’이라니….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창궐로 세상이 멈췄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즌이 이미 진행 중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등 일부 종목은 사상 초유의 중단 사태를 빚었고, 새 시즌을 기다리던 축구와 야구 등은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어렵사리 개막이 결정됐으나 팡파르는 없었다. 관중은 마네킹이나 대형 플래카드로 바뀌었고, 함성과 야유 그리고 응원가는 대형 스피커 음향으로 대체됐다. 텅 빈 스타디움 스탠드를 앞뒤로 벤치의 부산한 외침과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고성이 그대로 미디어 트리뷴(기자석)으로 전달됐다.

가까스로 관중 입장이 시작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에서 30%, 이후 50%로 차츰 숫자를 늘려갔지만 허전함을 지우기 어려웠다. 비말(침·체액) 차단을 위해 육성 응원 또한 한동안 금지됐다. 이 기간, 구단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스폰서가 줄어들고 관중 수익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허리띠 졸라매기’를 피할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지친 적잖은 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났다.

그렇게 3년여가 흘렀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렸다. 25일 오후 2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할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와 FA컵 최강자 전북 현대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3시즌 K리그가 대망의 막을 올린다.

마침 겨울 휴식기가 유난히 길었다. 2022시즌이 지난 연말 2022카타르월드컵으로 인해 굉장히 타이트했고, 짧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준비하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부여됐다. 가장 큰 차이는 분위기였다. 걱정과 우려가 가신 자리에 설렘이 채워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임한 가운데 해외 전지훈련도 재개됐다.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구단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다를 건너갔다. 상당수 팀들이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향한 가운데 울산과 전북은 각각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떠났다. 물론 경남 거제를 찍고 제주로 향한 수원 삼성처럼 국내에서만 동계훈련을 가진 팀도 있으나 태국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훈련캠프를 가진 FC서울과 같은 팀도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진’과 그로 인한 격리, 훈련중단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최근 돌아본 동계훈련 현장에서 팀 훈련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벗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선수들과 마주하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인천 유나이티드 등 몇몇 팀들이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일정기간 동계훈련을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몹시도 반가운 장면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을 통해 다가올 시즌을 대비한 팀들은 여지없이 찾아온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돌입한다. 겨우내 치열했던 준비를 결과로 확인하는 시간. 언제나 그랬듯 K리그1은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쟁취, 생존을 위해 싸우고 또 K리그2는 승격을 향한 긴 레이스에 돌입한다.

‘비정상’이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 2023시즌. 모두가 원한 결과를 얻을 수 없고 누군가 환한 웃음을 지을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쏟아야 하나 새로이 열린 세상이 반가운 건 감추기 어렵다. 우리 모두 마음껏 응원하고 즐길 때가 왔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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