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과 띠동갑이지만… 늦게 피어 더 빛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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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최고참 김태환의 첫 월드컵
울산 붙박이 오른쪽 풀백 맹활약… 엄청난 스피드 장점 별명도 ‘치타’
근력 키워 몸싸움선 단단한 ‘탱크’… A매치 19경기 중 벤투호서 14경기
한국 수비수의 새 모델 보여줄 것

축구 국가대표팀 최고참 김태환은 서른셋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 처음 나선다. 2014년 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9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끝에 얻은 기회다. 김태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동아일보DB
축구 국가대표팀 최고참 김태환은 서른셋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 처음 나선다. 2014년 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9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끝에 얻은 기회다. 김태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동아일보DB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한다. 봉오리를 늦게 터뜨리지만 아름답게 피는 꽃이 되겠다.”

9월 16일 만난 김태환(33·울산)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26명의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뽑히면 얘기하고 싶은 소감이 있느냐고 묻자 “‘영광스럽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두 달 뒤 김태환은 26명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14일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을 치른 이후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까지 9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989년 7월생인 김태환은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중 최고참이다. 동갑인 정우영(33·알사드)과 함께 유이한 1980년대생인데 김태환의 생일이 다섯 달가량 빠르다. 대표팀 가운데 유일하게 2000년 이후 출생자인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과는 열두 살 차이가 난다.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30·토트넘)이지만 김태환이 누구보다 팀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도 최고참 선수이기 때문이다.

K리그1 ‘베스트 11’ 김태환이 프로축구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수비수 부문 베스트 11에 뽑힌 뒤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베스트 11’ 김태환이 프로축구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수비수 부문 베스트 11에 뽑힌 뒤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팀에서 가장 맏형이긴 하지만 김태환도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이번 카타르 대회가 월드컵 첫 출전이다. 김태환이 미리 말하는 소감으로 ‘늦었지만 더 아름다운 꽃’을 꺼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금 소속 클럽인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4년 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로 같은 해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오갔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포지션 경쟁자들을 넘어설 만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태환은 “그동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걸 아쉬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울산에서 뛰던 김태환은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017, 2018년 두 해를 보내면서 변신에 가까운 진화를 했다. 원래 갖고 있던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 채 근육량을 늘리면서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탱크 같은 수비수가 됐다. 여기에다 상대 선수가 질릴 정도로 따라붙는 독기(毒氣)까지 장착하면서 K리그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수비수로 꼽히고 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던 김태환은 100m를 11초에 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치타’다.


김태환은 지금까지 A매치 19경기를 뛰었다. 이 중 14경기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2018년 8월) 이후 출전이다. 그만큼 벤투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라는 의미다. 김태환의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다. 벤투호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이 26명의 최종 엔트리 중 골키퍼를 제외하고 3명이나 뽑은 포지션은 왼쪽 풀백뿐이다. 그만큼 고민이 많은 자리라는 의미다.

‘한국에도 이런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있습니다.’ 김태환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이런 경기 소감을 말하고 싶어 한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태환#최고참#첫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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